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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기록 - 로제타석 해독에 도전한 천재들의 분투기

The Writing of the Gods: The Race to Decode the Rosetta Stone, 2021
  • 1799년, 로제타석이 발견된 이 해에 이집트는 무덥고 가난한 오지였다. 괜찮다. 서방을 매료시킨 것은 '고대' 이집트였다. 그리고 이곳은 결코 그 매력을 잃지 않았다. (11)
  • 그 경외감은 성체자聖體字, hieroglyphs로 이어졌다. 고대 이집트의 인상적인 쓰기 체계다. 로제타석의 비밀이 풀리기 이전의 그 오랜 시간동안 이 문자의 수수께끼는 모든 이집트 방문자의 면전에 고개를 내밀었다. 이집트의 유적들과 무덤들은 매혹적이고 화가 치밀도록 정교한 그림문자로 뒤덮여 있었지만(한 초기 탐험자의 말을 빌리자면 "끝없는 성체자") 그 해독 방법은 아무도 몰랐다. (15)
  • 로제타석. 맨 위가 성체자이고, 중간이 속체자(성체자의 일종의 간체자)이며, 아랫부분이 고대 그리스 문자다. 학자들은 그리스 문자를 읽을 수 있었지만, 다른 두 문자는 해독할 수 없었다. (25)
  • 이 돌은 높이 1.1미터, 폭 0.8미터에 무게는 760킬로그램이었다. 위쪽이 울퉁불퉁해 이것이 본래 더 큰 것의 일부였음을 보여준다. (27)
  • 프랑스와 영국의 두 맞수 천재가 이 암호를 푸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 둘 다 젊었고, 둘 다 언어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모든 측면에서 상반됐다. 영국인 토머스 영은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한 축에 속하는 천재였다. 프랑스인 장프랑수아 샹폴리옹은 한 우물만 파는 천재로, 그의 관심은 오로지 이집트뿐이었다. 영은 차분하고 우아하게 예의를 갖추는 사람이었다. 샹폴리옹은 분노와 조바심이 넘쳐흘렀다. 영은 이집트의 '미신'과 '타락'을 비웃었다. 샹폴리옹은 고대 세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제국의 장려함에 탄성을 질렀다.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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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기록The Writing of the Gods: The Race to Decode the Rosetta Stone, 2021/에드워드 돌닉Edward Dolnick/이재황 역/책과함께 20221219 432쪽 25,000원

로제타석(Rosetta Stone)은 1799년 7월 15일 나폴레옹 원정군이 알렉산드리아 동쪽으로 60킬로미터 떨어진 나일강 어귀의 로제타(현 지명 라시드 Rashid) 마을에서 요새를 쌓다가 발견했습니다. 높이가 114.4cm, 너비는 72.3cm, 두께는 27.3cm이며 무게는 760kg인 화강섬록암으로 핑크빛이 도는 어두운 회색 돌입니다. 나폴레옹 군대가 넬슨이 지휘한 영국군에게 대패해서 1802년부터 영국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로제타석을 해석하려고 했지만 토머스 영(Thomas Young, 17730613~18290510)과 장프랑수아 샹폴리옹(Jean Francois Champollion, 17901223~18320304)이 나타나기까지는 아무도 풀지 못했습니다. 토머스 영은 의사였지만 물리학, 생리학, 광학, 언어학, 심리학, 음악 등 다방면에 걸쳐 다재다능한 천재였고(1807년에 ENERGY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샹폴리옹은 오로지 이집트에만 매달려 한 우물만 판 천재였습니다. 둘 다 10여 개를 넘는 언어를 구사하는 언어 천재였습니다. 토머스 영은 로제타석 성체자(상형문자) 해독을 여는 실마리를 제공했고, 샹폴리옹은 성체자를 푸는 마지막 문을 열었습니다. 두 사람을 잇는 계파는 한때 격렬하게 치고받으며 서로를 공격하기도 했답니다. 마치 "영광을 차지할 사람은 용의자를 처음 지목한 형사일까, 사건을 해결해 그를 감옥에 보낸 형사일까?"처럼 말이죠.

샹폴리옹과 영의 경쟁은 뉴턴과 라이프니츠 같은 지적 맞수들의 경쟁과는 달랐습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서로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두 경쟁자는 이상적인 협업자였습니다. 영은 늘 맨 먼저 장애물을 제거했고, 샹폴리옹은 바통을 이어받아 오랫동안 수수께끼를 붙들고, 더 깊이 더 멀리 들여다봤습니다. 샹폴리옹은 방대한 주제에 매달리다 보니 이를 정리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1822년 〈다시에 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출판했지만, 그로부터 10년 뒤에 죽었기 때문입니다.

토머스 영은 《이집트어 사전의 기초》를 96쪽까지 마치고 영원히 연필을 놓았고, 샹폴리옹은 《이집트어 문법Grammaire égyptienne》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로제타석 문자는 3천 년이 넘게 존속한 나라의 문자이지만 천 년 넘게 아무도 쓰지 않은 글자입니다. 펼쳐진 책이었던 이집트는 갈피마다 그림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어떻게 읽는지 몰랐습니다. 영과 샹폴리옹이라는 두 천재가 나타나자 비로소 이집트의 문이 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