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밥

함민복

詩 한 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원이면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함민복/창비 19961010 126쪽 4,000원

좋은 시 한 편으로 쌀을 두 말 사고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며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을 것 같은 시인의 삶.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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