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이유

우유를 마셔도 더 크지 않는
첫번째 나이 때
그 여인이 물었지요
언제 결혼하고 싶으세요?
저녁 식사 후 담배를 피워 물었는데
재떨이가 방 한구석에 있을 때랑
술 마신 다음 날 시원한 북어국이 그리울 때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지요
그 여인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더군요
당신은 평생 혼자 살 거예요

가난할수록 더 높은 곳에 산다는 것을 안
첫번째 나이 때
그 여인이 물었지요
나는 어떤 존재인가요?
당신은 라이터 같은 사람이다
담배를 피울 때 꼭 너를 찾으니까
그 여인은 내 뺨을 때리며 말하더군요
나는 당신의 마지막 여자일 거예요

한 물체의 질량은 다른 물체들의 존재 혹은
그 역사에 대한 표현이다

일상이 상형문자가 돼 가는 나이 때
수화기 저 너머로 그 여인이 물었지요
아직도 혼자 사세요?
당신의 예언처럼 돼 가고 있지요
그것 보세요 기차는 기다리지 않아요
무채색 같은 내 일상에 대해 몇 마디 더 묻고는
행복하세요
마지막 대답도 없이 과거로 갔다

그 여인의 예언과 함께
모퉁이집에 들러 그렇고 그런 추억을 생각하며
佛子보다 못한 삶을 버틸 인연과 그리움
연줄처럼 나를 땅에 붙들어 매는 존재
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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