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은 국가대표도 있다

며칠 전 요즘 애들은 이공계로 진학을 꺼린다는 화두가 나왔고 왜 그런지 원인과 처방에 대해 서로 두서없이 떠들었습니다. 정말 요즘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가 봅니다. 그에 대한 해결방안도 많이 회자되고 있고요. 80년대 학번인 내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구요. 아마 90년대 이후부터 생긴 현상인가 봅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이과 계열에서 대학에 진학한다고 하면 앞뒤 잴 것 없이 공대였으니까요.

공과대학에 입학하고 학교생활에 적응될 무렵 고향 친구들과 어울려 막걸리집에 자리 잡았던 어느 날. 우연히도 탁자에 둘러앉은 친구들이 모두 공돌이였습니다. 막걸리 사발이 오고 가다 보니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면서 자기 학과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답니다.

  • 건축과가 최고야. 검사, 판사, 의사처럼 공돌이 중에 유일하게 士자가 붙는 사람이 건축사야. 그림 그리는 공돌이 봤어. 우리는 예술을 공부하고 있어
  • 웃기지 마. 우리 과는 기전철학과야. 전기가 눈에 보이니. 손으로 잡을 수 있어. 하지만 존재하잖아. 우리는 그 존재를 공부하는 철학자야. 니들이 철학을 알아?
  • 기전철학과 좋아하네. 정전이나 안되면 다행이지.
  • 토목공학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알아? civil engineering. 씨발 엔지니어링이 아니고. 우리는 문명을 만드는 사람들이야. 우리가 없으면 니들도 없어. 확 뽈대(pole)로 그냥.

이제 내 차례가 왔습니다.

  • 기계공학은 3대 학파가 있어. 그리고 그중에 한 학파는 국가대표도 있어.

국가대표라는 말에 모두가 귀를 쫑긋한다.

  • 기계가 왜 망가지는지 알아보려는 기계심리가 있고, 쇠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탐구하는 기계철학이 있어.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축이고 계속했다.

  • 그리고 나라에서도 인정한 국가대표가 있지. 바로 기계체조야.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공돌이가 바로 기계체조야. 쨔샤.

모두가 그렇게 우스개 소리로 끝났지만 공대에 입학했다는 것은 취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죠. 그런 면에서 나는 그까이 거 대충 공부한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요즘 친구들은 공부도 똑소리 나게 하고 영어도 잘합니다. 이런 친구들이 꿈을 펼 수 있는 시대가 오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 계신 힘 깨나 쓰시는 분들은 통첩하시길 바랍니다.

그때 생각하며 요즘도 가끔 써먹습니다. 기계공학은 국가대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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