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전
이 년 전 은행에서 네가 내민 이면지에 나는 인감도장 콱 찍고 넌 지장을 냅다 찍으면서 각서를 썼었지. 그리고 지금부터는 술 마시고 담배 피우려면 적어도 제주도까지는 가야 한다며 굳은 결심을 했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우리는 각서의 내용이 너무 가혹하다며 제3조를 추가했었지.
"제3조 상호 합의 시에는 예외로 한다"
우리는 수많은 합의를 했고 그 수만큼 술과 담배를 줄기차게 마시고 피워댔지. 그 후로 이 각서는 도루묵 됐고 채 한 달도 안돼 흐지부지 되고 말았지. 맞아. 그날 우리는 술이 덜 깬 상태에서 각서를 썼었어.
난 이제 다시 시작하려 한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무모한 도전이라는 거 안다. 사람이 갑작스럽게 변하면 급사한다는 것도 안다. 2007년 6월 6일부터 나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련다. 정말 내가 술 담배를 하려면 비행기를 타고 나가서 한다. 아니면 국적을 바꿔 이곳을 해외로 만들어 버린다. 무모한 도전이 무한도전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며 마지막 담배를 피운다.
내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술과 담배여 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