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함부로 찍지 마라

1.
허공에 따발총을 쏴도 표시 안 나던 시대.
예쁜 처자를 꼬셔 도장 찍으면 내 것이 된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서라.
한강에 유람선 지나가도 티 안 나는 세상이 된 지 오래고
인감도장을 동사무소에서 보증하던 시대도 지났다.
도장 백 날 찍어봤자 도장밥값도 안 나온다.
뿔나면 다시 포맷해서 깨끗하게 만드는 세상이다.
도장 함부로 찍지 마라.

2.
쇠고기에 뼛조각이 있어도 반품시키던 시절.
그게 다 사장 때문이라고 했다.

"을"은 30개월 미만 뼈 없는 쇠고기만 납품한다.
"갑"은 뼛조각만 있어도 재깍 반품한다.
알간!

갑 : (주)대한민국 CEO 놈현   을 : USA Co. George Bush

그렇게 까탈스럽던 갑은 을이 미리 만들어 놓은 계약서에 덜컥 도장을 찍어줬다.
사장이 을의 별장에 놀러 가기 직전이었다.

모든 쇠고기는 "을"님이 알아서 납품하시면 됩니다.
"갑"놈은 그저 감사히 먹겠습니다.
죽거나 말거나......

갑 : (주)대한민국 CEO 2mb   을 : USA Co. George Bush

별장에 간 사장은 배알도 없이 을의 카트에 앉아 운전기사 노릇을 하더니
납품할 쇠고기를 미리 먹어 보고 이빨을 쑤시며 나타나 다 잘 됐다고 했다.
계약서를 들여다본 주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꾹 참으며
그냥 예전 계약서대로 계약기간이나 연장하라고 조근조근 타일렀다.
사장은 그런 주주들에게 한마디 한다.

됐거든.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사장은 한 번 도장 찍은 계약서는 절대 물릴 수 없다고 한다.
도장 찍으러 갔던 넘들도 덩달아 을의 대변인이 돼서 나불대고 있다.

임기가 보장된 계열사 사장들은 죄다 옷을 벗기더니
정작 자기는 임기가 보장됐다며 도무지 들은 체를 안 하고 있다.

파고다 공원 어르신들도 밥값내기 장기는 예민해서
불리하다 싶으면 판을 엎어 버리고 배째라 하는 마당인데
하물며 말도 안 되는 계약서는 파기하고 다시 계약을 하라는데
요 핑계 조 핑계 대며 못 한다고 뻐팅기고 있다.

점점 뿔이 난 주주들은 말로 해선 안 될 놈이라며 한 대 쥐어박을 기세다.

아서라.
그동안 변한 건 딸랑 사장 한 놈 바뀌었을 뿐이다.
주주들이 모르고 넘어갔으면 앞으로 사고 무지하게 칠뻔했다.
완투데이 사장해 본 것도 아니고 단물 쓴물 다 맛본 선수가
한 번 계약서는 영원한 계약서라고 하면 쓰나.
지가 무슨 해병전우회도 아니고.
국새와 생김새가 다르지만 인감 찍을 때는 꼭 좀 물어보고 찍어라.
요즘 2mb 포맷하는 건 일도 아니다.
고따위로 도장 함부로 찍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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