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나

피를 빠는 모기는 임신한 모기라고 한다.
잠결에 무심코 휘젓는 손에 얻어걸려 죽은 모기는
하나같이 배가 빵빵해서 제대로 날지 못한다.
누구의 피를 얼마나 먹었는지 유혈이 낭자하다.
새벽녘에 일어나 보면 배가 불룩해서 제대로 날지도 못하고 있다.

과식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면 모기도 인간만큼 과식을 하나보다.
과식하는 모기가 자신의 알을 낳고자 그런다고 하면
임신한 여인네가 먹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여인네의 왕성한 식욕을 모성본능이라 치면
피를 너무 빨아서 과식한 모기도 자연스런 모성본능이거나
아니면 인간의 피를 먹으며 그 탐욕마저 닮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간밤에 과식하다 비명횡사한 그 모기의 혈액형은
끝없는 욕심을 가진 내 혈액형과 같겠다.
순박한 모기가 내 피를 빠는 순간 어느새 나를 닮아가고 있었다.
절제하지 못하고 탐욕스럽게 변하다 결국 죽었다.

그렇게 모기는 나를 닮아갔지만 나는 모기의 최후를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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