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

몇 해 전, 경부 고속도로 상행선 추풍령 휴게소.
부리나케 화장실을 찾아 자꾸를 내리고 볼일을 보는데
옆에서 멀쩡하게 차려입은 양반이 전화를 받는다.

- 어. 내다. 왜 전화질이고.
……
- 어디긴 지금 회의 중이다.
……
- 바쁘다. 오늘 늦는다. 고마 끊는데이.

회의를 화장실에서 하나?
볼일을 마치고 핫바를 오물거리며 서 있는데 그 양반이 탄 중형차가 지나간다.
커다란 라이방을 대굴빡에 걸친 예쁜 여인네가 생글거리며 옆에 앉아 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입은 옷 때문에 오해를 받는 사람도 있고,
뻔지르르하게 옷을 입고 허우대 멀쩡하지만 마음이 썩어 있는 사람도 있다.

사랑하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표현을 못 할 때도 있고,
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을 때도 있다.

내용과 형식을 조화시키는 것.
마음과 표현을 조화시키는 것.
참 어렵다.
왜 우리는 피노키오 코를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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