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훈민정음

1.
막바지 훈민정음 만들기에 정신이 없던 세종대왕 앞에 코쟁이가 찾아왔다. 인도를 향해 항해하다 신대륙을 발견했다며 이름을 지어 달라고 했다. 가뜩이나 피곤하고 신경이 예민해진 세종은 짜증 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 아무러케나 져.
코쟁이는 연방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고 물러났다. 그렇게 이름을 붙여 오늘날에 아메리카 대륙이라 부른다.

훈민정음을 반포하고 얼마 안 되어 코쟁이가 또 찾아와 엎드렸다. 이번에는 나라 이름을 지어 달라고 애걸했다. 성공리에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은 기분이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 가나다로 하여라.
이렇게 이름 붙여진 나라가 Canada이다.

믿거나 말거나.

2.
유네스코에서 1990년부터 해마다 문맹 퇴치에 기여한 이들에게 주는 상의 이름이 '세종대왕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이라고 합니다. 상금 3만 달러는 한국 정부에서 내놓는답니다.

3.
올해 영어교육사업에 들이는 예산은 1861억 9052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한글교육 및 문화 육성에 들이는 돈은 119억 2925만원에 불과했다.

한글학회가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았지만 재정난으로 우리말사전 편찬 등 주요 현안 사업을 착수조차 못하고 있다.

4.
남대문이 홀라당 타고나서야 우리는 숭례문이라고 부릅니다. 국보 1호를 한글로 정하면 불에 태울 염려는 없겠지만 행여나 불태우는 것보다 더한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오늘은 훈민정음 반포 562돌이라고 합니다.이렇게 단 하루라도 한글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는 날이 있어 다행입니다. 물론 빨간 날이었으면 고마움이 배가 되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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