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일주

Latitude Zero, 2001
  • 규칙은 간단하다. 적도에서 남북으로 40킬로미터를 벗어나지 않고 전진해서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9)
  • 1999년 6월 2일, 연안항해용으로 제작된 길이 8미터짜리 소형 삼동선을 타고 대서양으로 출항했다. (18)
  • 한 달 동안 몇 번의 폭풍우를 겪으며 바다를 건넌 뒤, 마침내 아마존 강 어귀의 항구도시 마카파에 닻을 던졌다. (58)
  • 내 앞에는 3천 6백 킬로미터의 열대 정글이 펼쳐져 있다. 지금까지 이 지옥을 걸어서 횡단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이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하다고 누누이 말했다. "불가능은 가능하게 하려고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존재한다." 나는 당당하게 이 말을 되풀이 하곤 했다. 그 단언을 입증할 때가 왔다. (62)
  • 배낭을 다 채웠을 때의 무게는 48킬로그램이나 되지만, 이중으로 바느질해서 세 배 무게까지 지탱할 수 있다. 배낭 용량은 백 리터고, 높이를 조절해서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다. (68)
  • 내쪽에서 육식동물로 변신할 때가 왔다. 배에는 횡단에 필요한 식량을 저장할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여섯 달치 식량을 짊어지고 걸어갈 수는 없다. 따라서 먹으려면 사냥하고 낚시를 해야 한다. (78)
  • 지금은 왜 정글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이성을 잃는지 이해된다. 왜 아무도 정글에 살지 않는지도 이해된다. 인간은 절대로 정글에 적응하지 못한다. 인간은 들판이나 초원 같이 탁 트인 장소에 살아야 한다. 하다못해 사막에라도 말이다. (91)
  • 더는 갈 수없음을 깨닫는 데에는 몇 분이 걸렸다. 어쨌든 걸어서는 말이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아마존과 안데스를 정복했고, 정말 대륙 전체를 횡단했다. (150)
  • 바다로 나온 지 45일 만에 갑자기 GPS가 고장났다. 가봉 리브르빌이라는 지명을 입력하고 '확인'을 누르자, 평소와 달리 서쪽으로 가야 하는지 동쪽으로 가야 하는지 지시가 오락가락했다. 물론 이 현상의 원인은 분명했다. 목표지점인 리브르빌은 출발지점이기도 한데, 지금 나는 양쪽에서 동일한 거리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확히 2만 킬로미터씩 떨어져 있다. 여정의 절반을 온 것이다! 그 '정확한' 지점은 사방으로 수천 킬로미터 내에 아무 것도 없는 이곳 태평양 한복판에 있다. 나는 지구 반대쪽에 왔다! (168)
  • 문명...... 나에게 문명이란 현대적인 안락함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따뜻하게 맞아 주는 장소를 뜻한다. 내게 총을 쏘는 나라는 야만인 소굴에 지나지 않는다. 잠깐이지만 배를 돌려 태평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174)
  • 정글에서 사바나로, 산에서 사막으로, 아프리카 적도지대 전체를 횡단했다. 때로는 길이 조금 혼잡했다. 이곳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은 인간이다. (264)
  • 오래 전에 조가비를 주웠던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하나 다시 모래에 묻으며, 그 조가비 하나하나가 상징하는 것을 천천히 생각했다. 대서양, 남아메리카, 태평양, 인도네시아, 인도양, 아프리카...... 나는 세계일주를 떠날 때 정문으로 집을 나와 어느 날 뒷문으로 돌아오는 것을 상상했다. 지금, 마침내 그 뒷문을 밀었다. (319)

적도일주Latitude Zero, 2001/마이크 혼Mike Horn/이주희 역/터치아트 20070120 324쪽 13,000원

마이크 혼은 1966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났다. 1999년 6월 2일 아프리카 가봉의 리브르빌에서 출발해서 17개월, 정확히는 514일 후에 그 자리로 돌아왔다. 규칙은 무동력 이동수단으로 적도를 따라 남북으로 40킬로미터를 벗어나지 않고 출발해서 그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 원칙을 지키려고 아마존 정글에서 벗어나 콜롬비아를 지나며 게릴라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모터보트를 타게 됐을 때도 되돌아가서 다시 길을 간다. 스스로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면서.

남미 마약 지대나 내전 중인 아프리카를 지날 때 여러 번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을 맞이하며 마이크 혼은 인간이 가장 위험한 동물이라고 한다. 아마존 정글에 있는 뱀도 먼저 공격을 하지 않고 오히려 정글 밖이 야만스런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최초라는 곳이 지구 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적도를 일주한 것이 마이크 혼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서기 2000년 밀레니엄 타임을 태평양 한가운데서 처음 맞이한 지구인일지도 모른다. 날짜 변경선 근처를 항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주 언급하고 있지만 그를 도와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적도일주는 실패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배를 횡단 도착일에 맞춰 대륙의 반대편에 가져가 놓는 일을 한 동생 마틴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내와 두 딸이 용기를 주었음은 물론이고.

솔직히 나는 왜 이런 모험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옮긴이도 말했듯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그 나이 때 동네 한 바퀴도 제대로 돌아본 적 없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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