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뚱한 균형

기우뚱한 균형
  • 우파는 힘을 과장하기 쉽고 좌파는 부끄러움을 과장하기 쉽다. 다르게 말하면 전자는 힘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하기 쉽고, 후자는 부끄러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하기 쉽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어느 하나만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는 우파와 좌파 모두와 나는 부딪히고 싶다. 전자는 위악으로 흐르기 쉽고, 후자는 위선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힘과 부끄러움 사이에서 기우뚱, 균형을 잡자. (37)
  • 사실 진정으로 이상적 민주주의는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이 흔히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이념적 전범으로 삼곤 하는데, 엄격하게 따지자면 그 당시에도 민주주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곧 모든 사람들의 평등이 보장되거나 만인의 인권이 존중되는 방식으로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완성된 이념이라기보다는 지금도 아주 어렵게 진행중인 정치적 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191)
  • 정부와 세계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세상은 지옥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지옥이라지만, 우리 사회가 지옥인 건 사실이다. 다만 애정이 있고 사랑하기 때문에 지옥조차 재미있을 뿐이다. 사람들, 그렇게 지옥 속에서 박박 혹은 슬슬 기며 넘어간다. 안에서 안으로 숭숭숭 뚫리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 흔들리며 기우뚱, 균형을 잡는다. (286)

기우뚱한 균형/김진석/개마고원 20080731 288쪽 13,000원

마치 불만이 가득한 황희정승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에서 동시에 난타를 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정말로 주먹을 날리게 되면 뻘쭘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픈 곳을 제대로 찔려 그러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듯이 부족한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한다. 쓴소리가 귀에 거슬려 외면하는 순간 진화는 없다. 세상은 기우뚱하지만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선거하는 날 하루만 자유로운 노예인지 아닌지 균형을 잡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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