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에서 쓰는 엽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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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더운 날은 훌쩍 섬으로 떠납니다.
산토리니 섬에서는 검은 마음도 시나브로 하얀 마음이 될 것 같습니다.
아주 천천히 걸으며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싸돌아다니다
털썩 주저앉으면 그대로 한 장의 엽서가 됩니다.
일몰이 아름다운 계단에 앉아 예쁜 엽서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 이 장관을 네게 보여주지 못해 미안해.
여기서는 일천삼백팔십팔일도 하루같이 후딱 지나갈 거 같아.
나만 호사스러운 거 같아 정말 미안해...
목이 늘어나 후줄근하고 짬뽕 국물 자국이 튄 꼬질꼬질한 하얀 티를 입고
방금 꺼내 시원한 포카리 스웨트 한 깡 하면서 상상합니다.
세종로 1번지에 있는 푸른 지붕도 하얗게 칠하는 상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