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과 노무현

짜장면
짜장면 두 그릇을 주문한다. 보통 하나, 곱빼기 하나. 군만두 서비스와 단무지 좀 많이 가져다 달라고 한다. 십 분도 채 안 돼 다시 전화를 한다. 출발했나요? 예, 방금 출발했습니다. 초인종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황급히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현관문을 연다. 철가방에서 나오는 짜장면과 군만두를 받아서 미리 펴놓은 신문지 위에 내려놓는다.

뜨끈한 짜장면 그릇을 싸고 있는 랩은 매번 벗겨 내기가 쉽지 않다. 비비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젓가락질을 한다. 면발을 다 먹을 때쯤 군만두를 하나 집어 짜장을 찍어 한입 베어 문다. 남은 반토막으로 나머지 짜장을 가지런히 모으고 나서 아가리를 있는 대로 벌리고 쓱 밀어 넣으며 냅킨으로 조동이를 훔친다. 곱빼기나 보통이나 먹는 시간은 똑같다.

다 먹은 그릇을 보기 좋게 포갠다. 토까지 달며 서비스로 달라고 한 군만두는 항상 서너 쪽이 남아 그릇 맨 위에 놓인다. 젓가락과 조동이를 훔친 휴지를 마지막으로 올려놓고 깔았던 신문지로 두루뭉술 말아 싸서 현관문을 빠끔히 열고 내놓는다. 빨리 가져오라고 재촉까지 한 짜장면을 배달한 시간보다 더 빨리 먹고는 허접하게 신문지로 말아 내놓는다. 군만두는 다 먹지도 않은 채. 그릇을 말아 싼 찌라시 신문에는 자장면이 표준어라며 표준어를 사용하자고 쓰여 있다.

맛있게 먹은 짜장면을 자장면이 표준어라고 강요한다. 우리도 노무현을 자장면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을까? 바뀐 짜장면집 주인은 자장면집이라고 우기며 군만두 서비스도 주지 않는다. 자장면 좋아하네. 짱개라고 부른 지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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