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와 빼기

1.
필름도 갈아 끼우지 못해 필름을 사면서 꼭 주인장에게 넣어 달라던 시절, 사내에 사진 동호회가 만들어져 부리나케 가입했다. 중고 미놀타 X-700과 줌렌즈도 구입을 하고 네거티브 필름과 포지티브 필름이 있다는 것도 알아 갈 무렵에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에게 강의를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구도, 노출, 감도 같은 말을 처음 배우게 됐고 소를 무척 좋아하는 작가 선생님은 그동안 모아 논 많은 슬라이드 필름을 보여주며 말했다.
- 사진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겁니다.

2.
그동안 몰랐다. 내 마음속 사진기는 무얼 그리 담으려고 했는지. 죄다 덧셈만 하고 있었다는 걸. 부동산 값이 오른다는 뉴스를 보면 그곳에 땅뙈기 한 평을 가지고 싶어 했고, 연일 상한가 치는 주식을 보면 왜 사두지 않았는지 후회를 했다. 따지고 보면 애초에 내게 없었던 것인데 자꾸 움켜쥐려고 했는지 씁쓸해진다. 이게 다 볼록 나온 뱃살 때문이라고 지청구를 퍼붓는다. 점점 사진도 인생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야 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3.
입추. 이 가을에 나는 또 무얼 담으려고 하느냐. 빼면 더 좋아질 세상이거늘. 뱃살도 빼고 욕심도 빼란 말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