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민주당이지만 우린 미정이다

대세는 민주당이지만 우린 미정이다

1.
일본이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한 일로 떠들썩하다. 30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총 480석 가운데 민주당이 308석, 자민당이 119석을 얻어 1955년 양당체제가 된 후로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한단다. 민주당의 압승을 정권혁명이라 한다. 지난 1월 20일에는 태평양 건너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미국 선거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시대를 열었다며 세계가 흥분했었다.

역사적 가치야 곁다리로 지켜보는 우리보다 당사자들이 더 잘 알겠지만 미국인도 민주당, 일본인도 민주당을 선택했다. 쪼매 부럽다. 돈의 많고 적음만 가지고 상대적 빈곤감이 드는 건 아니다.

2.
LPGA 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1989년생 허미정 선수가 페테르센과의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17번 홀에서 벌어진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공하여 우승을 했다. 통산 5승을 자랑하는 노르웨이 출신 수잔 페테르센과의 접전에서 주눅이 들지 않고 버디 퍼팅을 하는 순간,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사람을 뻘쭘하게 만들며 보기 좋게 집어넣었다. 연장전을 준비하는 동안 중계방송에서는 JLPGA 요넥스 레이디스 대회에서 우승한 전미정 선수가 전화로 허미정 선수를 응원했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전미정 선수가 올해 3승을 기록 중인데 그미가 우승하면 하루 시차를 두고 같은 날 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했단다. 아나운서도 전미정 매직이 이번에도 통했으면 좋겠다며 선전을 기원했는데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일본에서는 전미정, 미국에서는 허미정 선수가 기분 좋은 우승 소식을 전해 준 미정의 날이다.

3.
미정의 우승에 박수를 보내면 보낼수록 왜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짝퉁이라서 한나라당의 새디스트를 선호하는 것인지, 혹은 요즘 한국인은 가난할수록 부자 국회의원을 좋아하는 계급배반을 즐기는 정치적 메조키스트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대세는 민주당이지만 우리는 아직 미정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하고 싶어도, 기호 1번이 싫어 다른 번호를 찍기도 마뜩잖아 변태정치가 언제 끝날지 미정이다. 변태적 오르가슴을 거두고 저 푸른 초원에서 버디 퍼팅의 짜릿함을 느끼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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