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남한산성으로 피난한 인조가 겪었던 치욕의 그해 겨울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모른다. 1951년 1월 4일, 서울을 다시 내주고 떠났던 그해 겨울이 얼마나 아렸는지 모른다. 경험하지 못한 계절이 어떠했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7080 계절은 시나브로 다가왔었다는 기억은 남아있다. 기억이라고 말함은 적어도 21세기에 느끼는 사계절은 온오프 타입으로 변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날로그 같았던 계절이 디지털화됨으로써 우리 생각마저 왼쪽 아니면 오른쪽으로 줄을 세우는 극단적 이분법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논술시험이 없던 시절, 사지선다형에서 느꼈던 객관적 여유가 논술을 강요할수록 주관적 오엑스로 조급 해지는 역설의 시대에 산다. 온난화할수록 더 추워진다. 환절기가 꼽사리 껴 있던 사시사철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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