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 또 10킬로그램이 넘었다. (15)
  • 여행 도중에, 어쩌면 여행이 끝나고 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깨닫게 될지도 모를 여행의 이유를 처음부터 분명히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21)
  • 자물쇠와 호루라기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한참 들여다보다 쓰레기통에 휙 던져 넣고 방을 나섰다. (76)
  • 죽은 감각을 두드려 깨우고 싶다면 카미노를 걸어볼 만하다. (88)
  • 덜 사랑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휘두르다 떠나버린 뒤, 더 많이 사랑했던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사랑을 철회하지 못해 쩔쩔맨다. (101)
  • 시간에 한참 지나고 난 뒤에야, 관계의 파탄과 무관하게 사랑했던 기억만큼은 오롯이 내 것임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104)
  • 모두가 산티아고로 향하는 하나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모두가 가야 할 단 하나의 길이란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는지 모른다. 각자 다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무엇이 최선이고 무엇이 진정하다고 누가 말할 것인가. (158)
  • 내일과 다음 생 중 무엇이 먼저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191)
  • 내가 죽음을 앞둔 시점이라면 지금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는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대, 선택의 결과, 성취에 대한 세상의 평가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230)
  • 중요한 것은 세상의 속도가 아니라 나 자신의 속도였다. (300)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김희경/푸른숲 20090515 311쪽 13,000원

7킬로그램짜리 배낭을 만들기 위해 짐을 덜어내는 모습을 보면 순례자 길이라 불리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굳이 걸어갈 이유가 없어 보이는 그녀가 화살표를 따라 걸어간다. 배낭을 묶어 둘 자물쇠와 치한 퇴치용 호루라기를 챙겨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알게 되면서 내게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세상에 널린 것이 길인데 왜 꼭 그 길을 걸어야 깨달음을 얻을까 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정답이 있겠느냐마는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이들이 걸은 이유 가운데 나와 같은 이도 있었을 것이리라.

산티아고로 가는 초반, 힘겨워하는 동행을 보며 마운틴 폴을 하나 빌려줄까 말까 고민하던 이가 산티아고에 도착해서는 돈을 빌려 달라는 여행자에게 두말없이 지갑을 여는 이로 변했다면 한번 걸어 볼만한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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