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매뉴얼에서 건지는 횡재

편집자란 무엇인가
  • 전문성, 독창성, 네트워크로 승부하는 편집자의 길에서 사실 직위나 호칭은 중요하지 않다. 저자는 원고로 말하고, 편집자는 책으로 말한다. (38)
  • 편집자는 단순히 저작의 군더더기를 치우는 청소부가 아니다. 자신이 다루는 분야의 방향과 전망을 읽는 눈을 가져야 한다. (43)
  • 사재기와 서평 조작은 저자나 편집자를 향한 최악의 범죄행위이다. 편집자라면 절대 손대지 말고, 만일 이를 지시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미련 없이 떠나라. (60)
  • 원고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과 흥분이야말로 편집자를 붙잡는 최고의 매력이다. (67)
  • 내 떡이 아니면 빨리 옆집을 찾아가도록 도와줘라. 그것이 출판의 도리다. (88)
  • 불평은 구체적이며 불만은 근본적이다. (107)
  • 삼각형을 그리고 각 꼭짓점에 첫째, 개발 가치(독자·사회·출판사), 둘째, 개발 가능성(저자·인력·예산), 셋째, 채산성(총비용 대비 예상 손익)을 적는다. 이것이 아이디어 선별의 삼각형이다.(111)
  • 보물을 손에 넣으면 지도를 준 사람을 잊는다. (118)
  • 비슷한 주제로 다른 출판사에서 먼저 책이 나왔다고 실망하지 말아라. 책은 10대들을 위한 청바지가 아니다. 방송과 언론은 '먼저'에 초점을 맞추지만, 편집자에게는 '최고'와 '최선'이 더 중요하다. (119)
  • 인류애를 향한 물음은 먼 훗날로 유보하지 않아도 좋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부자들의 논리는 참혹할 정도로 안쓰럽다. 아름다운 기획은 더운 여름날 연거푸 아이스크림을 찾는 아이에게 배탈 나니 오늘은 그만 먹으라며 돌려보낸 내 어린 시절 동네 가게 아주머니의 배려처럼 일상의 일과 삶에서,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어야 한다. (121)
  • 읽히지 않는 기획안을 쓰지 말고,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안을 쓰라. (137)
  • 출판계약은 저자-편집자-출판사 모두가 최고의 책에 대한 각자의 준비가 확실하다는 상호 확인이다. (172)
  • 내 직업의 머리말을 써라. 남의 책에서 인용한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우러나온 나의 머리말로 내 직업의 세계를 열어라. (264)
  • 내 후배들이 내가 안주로 삼았던 낡은 문제들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문제로 밤을 세울 수 있도록 개혁과 변화의 주체가 되어라. (272)
  • 편집장은 사장처럼 사고하고, 사장은 편집장처럼 행동하라. (296)
  • 오늘 편집장의 자리에 오른 내가 어제의 편집장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내일의 사장이 오늘의 사장을 넘지 못하면 출판의 진보를 이야기할 수 없다. (302)

편집자란 무엇인가/김학원/휴머니스트 20090817 428쪽 17,000원

나는 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알았다. 무슨 말인고 하니 수많은 원고가 출판사 문을 두드리다 운이 좋아 책으로 엮어져 서점에 깔리거나, 유명한 소설가에게 선인세를 지급하고 마감을 독촉하며 원고를 가져다 뚝딱 책으로 만드는 줄 알았다는 말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간접적으로나마 어떻게 책이 만들어져 독자의 손에 이르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편집자란 말 대신 CEO, 기획자, 엔지니어, 영업사원, 정치인, 보수 혹은 진보 등등 지금 바로 자기 자신으로 바꿔놓고 읽어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부제와 같이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말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숨겨진 행간의 의미는 오늘을 사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출판 편집자 매뉴얼이라지만 문외한이 읽어도 지루하지 않아 뜻밖의 타산지석과 금과옥조를 주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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