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누워서 침 뱉지 맙시다
부끄럽게도 혼자 과자를 먹을 때와 여럿이 먹을 때가 다릅니다. 혼자 뒹굴 거리며 과자를 먹을 때는 부스러기부터 먹습니다. 여럿이 먹을 때는 깨지지 않은 온전한 것부터 입으로 가져갑니다. 오징어 먹을 때도 마찬가집니다. 혼자서는 다리부터 물고 질겅거리는데 여럿이 있으면 몸통부터 죽 찢어서 허겁지겁 처묵처묵 합니다.
이런 현상이 집단적으로 일어나기도 하더군요. 예전에 아파트형 사택의 난방 공급 방식을 바꾼 적이 있습니다. 애초에 공동난방 방식으로 지어졌는데 지하실에 있는 보일러가 오래되어 철거하고 집집마다 가스보일러를 다는 개별난방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그랬더니 생활방식이 조금 변했습니다. 공동난방 시절에는 다들 실내온도를 이빠이 올려놓고 한겨울에도 반바지에 난닝구를 입고 생활했답니다. 개별난방으로 바뀌자 다들 실내온도를 적당하게 낮추고 뜨거운 물을 쓰는 횟수나 양이 부쩍 줄었다고 하더군요.
혹시 돌아다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나 건강보험관리공단 같은 공기업이 어디에 입주해 있는지 눈여겨보신 적이 있는지요. 죄다 그 동네에서 제일 괜찮다 싶은 건물에 입주해 있습니다. 못 믿겠으면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두고 보시면 뻥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런 판국에 화룡점정을 찍은 곳이 바로 지방자치단체 신청사입니다. 자급자족률이 높은지 낮은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냅다 지어버렸습니다. 방방곡곡에서 제일 삐까뻔쩍한 건물은 죄다 구청이나 시청 건물입니다. 신축 백화점을 제외하고는 가장 튀는 건물입니다.
우리는 그런 청사를 보면서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을까요. 여럿이 과자를 먹거나 오징어를 뜯을 때 온전한 것에 먼저 손이 가고, 공동난방이면 뜨거운 물을 펑펑 쓰는 우리가 구민이고 시민인데 말이죠. 호화 청사를 보며 손가락질을 할수록 누워서 힘껏 내뱉는 가래침이겠죠.
입에 거품을 물며 4대강을 비토하던 양반들이 지역구 선심성 예산을 증액시키며 어물쩍 넘어가고 있나 봅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면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선거는 내 돈을 누구에게 맡길 건가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쉽게 포기할 일이 아니겠지요.
내 돈이면 저런 청사를 짓는 삽질을 할까요? 과자 부스러기를 먼저 먹고 오징어 다리부터 씹는 사람을 눈여겨보았다가 내 곳간 열쇠를 맡깁시다. 이제는 누워서 침 뱉지 말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