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꽃 - 농부 전희식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자연치유의 기록
- 낯 뜨거운 책이 나오게 됐습니다. 제 아내가 지적했듯이 "자기 혼자 어머니 다 모신 것처럼" 비칠까봐 여기저기 눈치가 보입니다. (10)
- 어머니 곁에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눈높이를 맞추었다. 어머니 눈은 겁을 머금고 있었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겁먹은 눈초리. 그것은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공포였다. (49)
- 방안에는 묵은 된장 같은 똥꽃이 활짝 피었네. 어머니 옮겨 다니신 걸음마다 검노란 똥자국들. (...) 진달래꽃 몇 잎 따다 깔아 놓아야지. (50)
- 옷에 똥을 누는 사람보다 그 똥을 치울 수 있는 사람이 몇 배는 행복한 줄 알라는 소리로 들려왔다. (52)
- 포기한 삶의 틈새로 끼어든 이물질들이 치매다. (95)
- 어머니. 어릴 때는 누구나 코 흘리고 젖 먹고 그럽니다. 당연합니다. 마찬가지예요. 부모가 고생고생하다 병들고 늙으시면 옷에 오줌도 누고 잘 걷지도 못하고 그러는 거 그것도 당연한 일이예요. (143)
- 어머니를 모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내 가슴에 자리잡아 간 것이 바로 '존엄'이다. (155)
- 사랑과 정성은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고 오로지 약과 병원과 음식이 한결같은 처방들이다. (160)
- 병든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일은 의무감에 가까운 효심만으로는 어려울 듯하다. 어머니 모시는 데서 오는 그 어떤 깨달음과 기쁨이 있어야 서로 지치지 않을 것이다. (247)
- 사실 자식 키우는 정성에 반만 하면 부모를 잘 모실 수 있거든요. (249)
똥꽃/전희식, 김정임/그물코 20080305 250쪽 12,000원
어머니의 똥이 꽃으로 보일 수 있을까. 머리로는 존엄을 외치지만 치매 걸린 어머니 똥 위에 진달래꽃 따다 깔아 놀 섬김 한 올이라도 가슴 깊은 한구석에 있는지 찾질 못하겠다. '자식이 없는 삶은 가능하지만 부모가 없는 삶은 없다'고 하면서 사이버 일촌보다 더 멀게 안부를 물으며 평생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자식이란 부모의 존엄을 갉아먹으며 사는 존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존엄한 섬김이 똥을 꽃으로 만든다.
자식이란 부모의 존엄을 갉아먹으며 사는 존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존엄한 섬김이 똥을 꽃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