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권력

1.
우리는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에는 저항하지만 내면화된 위생권력에는 무력하다. 에이즈의 전염성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나서서 에이즈 보균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정책을 실시해도 그것에 쉽게 반대하지 못한다. (...) 바로 이 순간 위생권력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 누군가가 사회적 보호와 인간다운 삶으로부터 추방될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무의식적 동의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 이수영, 《권력이란 무엇인가》(그린비, 2009), 31쪽

2.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한다며 스스로 위생권력을 포기한 정부에 대해 분노하며 촛불을 들었다. 최근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하여 반경 3킬로미터까지 확대하여 살처분을 한단다. 구제역에 감염될 수 있는 발굽이 2개인 가축 수만 마리가 파묻히고 있다. 고온에서 익혀 먹으면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찜찜하니까 돼지고기와 소고기 소비가 감소했다. 전염병에 무자비한 위생권력의 모습에 동의하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떡값을 받고 떡 치는 걸 좋아해서 떡검이라 불리며 구제역보다 더 은밀하게 확산되는 무리가 발견됐다. 살처분해야 한다. 살처분 없이 어물쩍 넘어가면 대다수가 동의한 줄 안다. 위생을 포기한 권력은 국민이 먼저 권력을 살처분한다. 쌓이고 쌓여 위생이 정말 엉망일 때, 그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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