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 류시화

- 어느 인도 시인의 시를 다시 씀

누가 나에게
옷 한 벌을 빌려 주었는데
나는 그 옷을
평생동안 잘 입었다
때로는 비를 맞고
햇빛에 색이 바래고
바람에 어깨가 남루해졌다
때로는 눈물에 소매가 얼룩지고
웃음에 흰 옷깃이 나부끼고
즐거운 놀이를 하느라
단추가 떨어지기도 했다
나는 그 옷을 잘 입고
이제 주인에게 돌려준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열림원 19961031 109쪽 8,500원

지 나오는 모습도 기억을 못 하고
날 때부터 옷을 껴입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한 인간은
갈 때도 겹겹이 옷을 입고 바리바리 싸서 떠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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