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붕괴
- 15년 전, 세계는 양극 체제에서 일극 체제로 바뀌었다. (...) 지금은 미국이 무너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1985년에도 소련이 무너진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처럼 보였다. (25)
- 소련의 무계급사회에 맞서 미국이 뒤늦게 어설프게 내놓은 것이 중산층사회라는 신화였다. (60)
- 미국은 세 방향에서 거위를 공격하고 있다. 하나는 지적재산권법 시행을 통해서, 하나는 컴퓨터 보안 분야에서 툭하면 범법자로 몰아가는 작업을 통해서, 마지막 하나는 엉망이 된 나라의 심벌이 되어버린 이른바 소프트웨어라는 사기성이 농후한 영속화를 통해 공격이 이루어진다. (69)
-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파를 초월해 모든 정치 세력이 교육과 의료 같은 공공부문에서는 폭리를 취하는 일이 없도록, 또 산업에 지나친 규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는다. (101)
- 미국에서는 가정이 대체로 원자화되었고 여러 주에 흩어져 산다. (...) 어려움이 닥치면 사람은 보통 가족의 도움에 기댄다. 그런데 미국인은 워낙 핵가족으로 살아가다 보니 이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대부분이다. (134)
- 소련 경제에서는 돈이 딱히 쓸모가 없다 보니 쳐주지도 않았고 비교적 자유롭게 돈을 나누어 썼다. (...) 한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약간은 가지는 것이 중요했다. (138)
- 수십 년 동안 마케팅이 해온 일은 결국 새것이 헌것보다 좋다는 인식을 만인에게 심어주면서 수많은 제품의 질이 서서히 저하되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도록 만든 것이었다. (145)
- 소련의 의료 체계는 치료를 받지 못할까봐 걱정하다가 병에 걸리게 만들지는 않았다. (156)
- 감옥, 병원, 학교 건물이 건축학적으로 비슷비슷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감옥, 병원, 학교는 똑같은 시스템의 상이한 부분일 뿐이다. 시설에 수용되는 인생 역정의 상이한 단계를 나타낼 뿐이다. (164)
- 바이오연료는 에너지 문제의 해법으로 가끔 거론되지만 결국 농경지에서 식량이 아닌 연료를 기르자는 소리다. (178)
- 우리는 생활의 질이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점점 낮아지는 현상을 볼 것이다. 언론은 이것을 은폐하고 호도하려고 애쓰지만 이 얄팍한 부정의 베일을 꿰뚫어 보려는 사람은 얼마든지 꿰뚤어볼 수 있다. (179)
-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은 것에 대해 3장에서 설명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는 소련 체제의 성격 덕분이었다. 미국이 그런 식의 횡재를 앉아서 누릴 가능성은 없다. (188)
- 사람들은 정치적 무관심이 마치 심각한 사회악이거나 한 것처럼 개탄하지만 내가 보기로는 무관심할 만하니까 무관심한 것이다. (194)
- 위기가 닥쳤을 때 옆에서 같이 지내면 가장 안전한 집단은 강한 이념적 신념을 공유하지도 않고 논쟁에 쉽게 휩쓸리지도 않고 배타적 정체성이 과잉되게 발달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199)
- 붕괴가 일어난 다음 살아남는 데 꼭 필요한 자질은 어쩌면 한 발 물러서서 장미 향기를 맡을 줄 아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219)
- 편의품과 필수품의 이분법을 완전히 뒤집으면 공기, 물, 식량, 이 세가지 말고도 살아남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딱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불편이다. (221)
예고된 붕괴Reinventing Collapse, 2008/드미트리 오를로프Dmitry Orlov/이희재 역/궁리 20100414 286쪽 13,000원
1962년 쏘련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70년대 중반부터는 미국에서 사는 저자가 쏘련의 붕괴를 직접 목격하고
들려주는 미국과 쏘련에 대한 이야기. 쏘련이 망할 줄 몰랐듯이 미국이 망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지금, 경제 폭풍이라는 엄청난 변화에 질겁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미국은 소련의 종말을 쫓고 있는가'라는 부제가 책장을 넘길수록 "어라, 우리 얘기네!"하며 한국은 열심히 미국의 종말을 쫓고 있다는 확신을 들게 한다.
'미국은 소련의 종말을 쫓고 있는가'라는 부제가 책장을 넘길수록 "어라, 우리 얘기네!"하며 한국은 열심히 미국의 종말을 쫓고 있다는 확신을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