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 박진숙

그 끝없는 벼랑 위의


파도치는 바다의
새벽 속으로
열렸다, 닫혔다,

천 길 허공이구나
꽃 한 송이 피고 지는 동안이구나

혜초일기/박진숙/문학세계사 20041009 159쪽 6,000원

시인은 말한다. 내가 부르는 삶의 노래. 부처가 아니어도 좋다. 서늘한 보리수 가지가 아니어도 괜찮다. 땅을 가르고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저 불타는 장작나무로 족하다. 절대의 침묵은, 노래가 끊기고 한 줌 재가 되어 자취 없이 흩어지는 것은, 모두 그 후의 일. 사는 동안 아낌없이 이승을 사랑한 후의 일.

시집은 왕오천축국전을 따라가는 순례의 길을 서시를 포함해 108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는 시집이다. 그 길은 "끝없는 벼랑 위의 길"이고 "천 길 허공"이지만 "꽃 한 송이 피고 지는" 찰나의 순간을 사는 우리가 언제나 인사하며 가야 하는 길이다.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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