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4년만 그렇게 하고 다시 와!

1.
십수 년 전, 진급 리포트 발표장. 순서를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뭐 리포트 발표라곤 하지만 매번 주제만 바뀔 뿐 제출하는 내용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했습니다로 시작해서 저렇게 하겠습니다로 끝나니까요. 일종의 요식행위로도 볼 수 있지요. 고과점수는 좋은데 진급에 떨어졌다면 리포트 발표가 엉성해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기도 좋고요.

그렇게 앞사람들이 하는 발표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순간, 모욕감이 들 한마디가 들렸습니다.

- 딱 그렇게 일 년만 하고 다시 오게!

막 발표를 끝내고 질문을 기다리던 발표자에게 심사위원 가운데 누군가 던진 한마디였습니다. 발표장이 냉랭해졌습니다. 무거운 침묵은 진행자가 다음 발표자를 소개하며 비로소 깨졌습니다.

후에 들은 사연은 이렇습니다. 평소 주위에서 꼴통으로 찍혔던 그는 이미 몇 차례 진급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모진 말을 한 심사위원은 담당 임원이었고요. 보통 심사위원들은 자기 부하는 감싸주기 마련인데 말이죠. 왜 꼴통으로 찍혔는지는 굳이 묻지를 않았지만 그 사연이 꽤 오래됐다는 감은 잡을 수 있었습니다.

2.
총선을 앞둔 요즘, 무상급식은 빨갱이라며 게거품을 물던 한나라당이 개명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상징색이던 파란색을 버리고 빨간색을 내세우며 새누리당이라고 합니다. 엄동설한인데도 장밋빛 공약이 만발하는 것이 참 가관입니다.

그런데 아둔해서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하겠다며 떠벌리지 말고 지금 날치기해서 했다고 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를 않네요.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때 보여준 날치기 솜씨라면 일도 아닌데 말이죠.

'선거 때 무슨 말인들 못하겠냐'는 말은 잊었을 거라며 유권자를 새대가리로 여기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밥그릇을 엎어놓고 지키겠다는 새누리당에게 한마디 하렵니다.

- 딱 4년만 그렇게 하고 다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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