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로 살아가는 법

한국의 글쟁이들
  • 정작 그는 "글쓰기에 있어 아름다움을 전혀 중시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줄이고, 접속사를 피해 문장을 나눈다. 그가 글 쓸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글의 리듬, 그리고 언어의 경제성이다. (14)
  • 글쓰기 조언을 할 때 "글에서 부사와 형용사를 30퍼센트 정도만 줄여보라"고 늘 말한다. 글쓰기는 전달력이 중요한데, 이 전달력은 문장을 줄일수록 늘어난다는 점이 그의 글쓰기 지론이자 글 잘 쓴다는 말을 듣는 비결이다. (22)
  • 미술이 좋아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도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었고, 그런 진정성을 독자들도 글 속에서 감지하고 호응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그는 자기가 쓰고 싶은 책보다도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써야 한다는 의식이 확고하다. (35)
  • 이씨는 마감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기 마련인 대부분의 필자들과 달리 원고 기한을 어기는 법이 없다. 자기 일정과 작업량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마감을 정하기 때문이다. "책도 상품인데 아이스크림을 겨울에 낼 수는 없잖냐"며 이씨는 웃었다. (51)
  • 공씨는 글쓰기 자체에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을 목표하지 않는다. 그래서 완성도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비난도 듣는다. "글쓰기는 골프와 비슷해요. 너무 잘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땅을 때리기 쉽습니다. 제 글쓰기 원칙이 있다면 대화하듯 편안하게 풀자는 거예요. 책이 무게가 떨어진다고 비난해도 상관없어요. 그런 비난을 두려워하는 순간 책은 나올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111)
  • 자료가 중요하다 보니 답사나 여행에도 요령이 생겼다. 길을 나설 때 반드시 빈 바인더나 클리어파일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현지에서 거저 구할 수 있는 모든 서류-관광안내서, 교통시간표, 홍보용 전단, 어촌계 서류 등-를 모조리 집어넣는다. 여기에 짬짬이 적은 메모까지 넣어 돌아오면 여행 한 번에 자료철 한 권이 생긴다. (140)
  • 책의 제목에 대한 아이디어부터 각종 카피 글귀, 구성도 등 다양한 것들에 대한 메모가 가득했다. 사소한 자기 생각들을 챙기는 것이 바로 저술의 시작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147)
  • 임 교수의 자료철학은 '눈덩이론'이다. "자료는 눈덩어리 같아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굴러가요. 물론 사놓고 평생 안 볼 책도 있지요. 그런데 그걸 버리면 나머지 자료들도 같이 죽어요. 경영효율로는 설명이 안 되는데 학문적으로는 그래요. 자료가 많아지면 생각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어요. 자료가 오히려 연구주제를 넓혀주기도 하는 거죠." (169)
  • 팩트는 힘이 세다. 그러나 팩트 자체로는 팔리지 않는다. 팩트는 이야기가 될 때 팔린다. 이게 바로 기자는 돈을 못 벌고 작가는 돈을 버는 이유다. 미국 사람들이 하는 말 그대로 "Facts tell, stories sell"이다. 팩트라는 구슬을 꿰는 것, 그걸 잘하는 게 저술가다. (207)
  • 우리는 '글쟁이'라고 하면 소설가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인쇄되어 나오는 세상의 글 속에서 소설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실제 존재하는 생각과 정보를 담아낸 글이 우리가 보는 글의,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글을 쓰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글 하나로 먹고 사는 이들, 또는 글로만 먹고살지는 않아도 글쓰기가 삶의 중심인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글쟁이, 저술가다. (243)
  • 우리의 눈에는 학자들의 탁월한 논문과 저널리스트들의 훌륭한 특종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세상을 바꾸는 것은 그 시대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대중에게 이야기해주는 저술가들의 책일 수 있다. (...) 세상은 그래서 저술가를 필요로 한다. (247)

한국의 글쟁이들/구본준/한겨레출판 20080811 248쪽 11,000원

글 하나로 먹고사는 글쟁이들 이야기입니다. 얼굴은 작은데 머리가 크고, 키는 큰데 다리가 짧은 한겨레신문사 구본준 기자가 만났습니다. 세상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글만 써서 먹고 살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소설이 아닌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열여덟 명의 글쟁이들이 각자 책 쓰는 요령을 귀띔해줍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글쟁이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통입니다. 역사 저술가 이덕일 씨가 소통을 한마디로 표현합니다. "책도 상품인데 아이스크림을 겨울에 낼 수는 없다." 글쟁이는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쓰는 사람들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논문이나 기사와 다를 바 없다는 뜻이죠.

글쟁이들은 나름대로 자료를 모으고 분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자료가 바탕이 되어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씁니다. 하나쯤은 배워서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인 구본준 기자는 땅콩집에 사는 걸로 유명합니다. 블로그에 가면 취미를 넘어선 '거리 가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최근 개차반만도 못한 놈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말뚝을 박았던 '한국에서 가장 눈물 나는 집' 이야기를 들어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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