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장력을 찾아서
제주라는 섬은 내게 표면 장력이 지배하는 세계처럼 느껴진다. 중력의 엄연한 영향 위에 있으면서도, 조금은 중심에서 비낀 힘이 있다. '먹고 산다'는 인간 세상의 중력에서 조금만 비켜서면, 사람은 전에 보지 않았던 것을 보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꿈꿀 수가 있다. 적은 돈으로 하루를 살더라도 시도해 보고 싶었던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제주 생활이 참 좋다. (여는 글)
흙갈이라도 하는 날엔 그대로 시들어 버릴 것 같아 옮싹달싹 못하는 붙박이 인간일수록 표면장력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은 아닐까? 여행은 노동의 동기가 되고, 이민이 성공의 출발점이라면 여행과 이민 그 중간쯤에 제주가 있는 것은 아닐까?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느끼는 딱 그만큼 거리처럼.
중력을 거스리지 않고 커질대로 커진 경계면을 향해 거침없이 잘 닦인 신작로를 가로지르며 흰 먼지 날리는 꿈을 꾼다. 이제 꿈마저 표면장력이 지배하는 그런 나이가 돼서 슬퍼할 기운도 여력도 없다.
거침없이 제주이민/기락/꿈의지도 20120205 280쪽 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