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필수 덕목은 균형감각

욕망해도 괜찮아
돈과 권력에 맛들인 사람들이 국회를 장악하면, 그들 자신에게 유리한 법률이 만들어집니다. 그 사람들이 법을 집행하면 역시 비슷한 사람들에게 편파적으로 유리한 재판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런 씨스템화된 편파성에 분노해 궐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피해자가 불분명한' 범죄들에 과도하게 분노하며 돌멩이를 손에 듭니다. 그래서 공직자가 학력을 위조한 젊은 여교수와 바람이 났다든지, 유명가수가 대마초를 피우다 걸렸다든지, 개그맨이 해외에서 상습도박을 하다 붙잡혔다든지 하는 '스캔들'이 주로 돌을 맞습니다. 인터넷 뉴스기사의 클릭 수도 권력형 비리보다 이런 스캔들이 훨씬 많습니다. 해고노동자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현실보다는 여배우의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 하나가 백배의 관심을 끕니다. (...)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스캔들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분산시킵니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을 뽑는 선거시기가 다가올수록, 시민들은 '누가'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한데, 그런 때일수록 유난히 더 많은 스캔들이 터집니다. 매사에 음모론을 갖다 붙일 필요는 없지만, 아무 때나 터져나오는 스캔들에 휘둘리지 않는 균형감각을 갖추는 것은 깨어 있는 시민의 필수적인 덕목입니다. (264)

오늘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안철수 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협박한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맞받아칩니다. 뇌물과 여자문제는 우리가 혹할만한 스캔들입니다. 매스컴이 기계적 중립을 지키며 보도한다고 해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하며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부풀려지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어느 뉴스에 나온 앵커는 친구에게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다 사달이 났다는 뉘앙스로 말하고 있더군요. 어느 분 말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꼴입니다.

균형감각을 넘어 행간을 읽는 지혜로운 시민이 다수가 돼야 할 때입니다. 생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욕망해도 괜찮아/김두식/창비 20120521 310쪽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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