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주를 마셨습니다
처참주를 마셨습니다. 처음처럼과 참이슬을 반반씩 섞어서 마셨습니다. 정확히는 어느 한 쪽이 51.6%가 되어야 하지만 그냥 눈대중으로 반반씩 섞었습니다. 주전자에 따라 섞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처참함이 처절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처음처럼과 참이슬을 주문하니 처음처럼을 먼저 내놓더군요. 반병을 물컵에 따라 놓으니 제일 처참한 일인이 원샷을 했습니다. 그리곤 뒤이어 나온 참이슬로 병을 채우니 처참주가 되더군요. 그 한 병을 다 비우고 남았던 참이슬 반병에 다시 처음처럼을 붓고 또 마셨습니다. 처참주는 그렇게 끝없이 만들어지더군요.
참 비겁하게도 무한히 만들어지는 처참주를 다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마지막 남은 술 반병을 물컵에 따라 제일 처참한 일인이 또 들이켰습니다. 그렇게 처참주 술자리는 파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처참주 한 잔을 목넘김 할 때나마 잠시 처참함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끝내는 더는 처참해지지 말자며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렇게나마 또 하루가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