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을 먹다
20130226 비
아침에 호텔을 나서니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비가 내리고 있네요. 첫사랑이 떠나고 난 이튿날 아침 같습니다.
오늘은 건강검진을 받기로 돼 있어 출근과 동시에 가방만 내려놓은 채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어제 파출소에 동행한 비서 주 아무개 양과 함께 병원으로 고고씽~~~
반도에서 취업비자를 받기 위해 지정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여기서 다시 받아야 하더군요. 여덟시에 출발했지만 비가 내려서 그런지 차가 막혔습니다. 아홉시 반이 돼서야 지정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서류를 접수하고 640원을 내니 가운으로 갈아입으라고 합니다. 상의를 완전히 탈의한 채로 말이죠. 비록 D라인이지만 상반신 알몸을 이국땅에서 처음으로 공개하고 말았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검진 과정은 반도에서 했을 때랑 같았습니다. 다만, 검진을 받으러 온 외국인이 많아 거의 두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피를 뽑아서 그런지 졸리고 허기가 지더군요. 반도로 출장을 갔다 온 경험이 있는 주 아무개 양이 감자탕을 먹으러 가잡니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요.
병원 근처에 한인타운이 있더군요. 한글 간판이 즐비한 거리에 점심을 먹으러 나온 아줌마들이 지나다닙디다. 닭갈비 간판이 걸린 집으로 들어갔더니 메밀국수부터 설렁탕까지 웬만한 한식은 다 있는 차림표를 주더군요. 망설임 없이 감자탕 작은 걸 시켰습니다. 주 비서와 기사 그리고 저랑 셋이 먹기에는 양이 많았습니다. 공기밥과 살점이 엄청 붙어 있는 커다란 뼈다귀를 인당 두 개씩 먹었습니다. 감자와 시래기도 알뜰히 먹으니 냄비 바닥이 보였습니다. 주 양은 시래기를 국자로 푸며 이것도 맛있다며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더군요. 저랑 감자탕을 가장 맛있게 먹은 처자를 대륙에서 만났답니다.
오후에는 주 양이 세관에 들러야 해서 물어물어 찾아갔습니다. 동방명주 바로 옆에 있더군요. 비는 그쳤지만 안개가 자욱해서 멀리서는 미처 보이지가 않았답니다. 세관 앞에 차를 대고 주 양은 세관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 어슬렁어슬렁 동방명주를 보러 갔습니다. 둥그런 육교가 있어 천천히 한 바퀴 돌며 동방명주랑 은행 건물을 구경했습니다. 밤에 봐야 멋있다는데 낮에 보니 아무개 연예인 생얼을 보는 느낌이었답니다.
회사로 돌아오니 네시가 넘었습니다. 노트북을 켜고 자리에 앉아 잠깐 있으니 퇴근시간이 됐습니다. 일찍이 칼퇴문화가 정착돼 있는지라 부랴부랴 다시 가방을 챙겨 숙소로 왔습니다. 감자탕으로 채운 배가 꺼지질 않아 저녁은 근처에서 천천히 먹겠다며 짜이찌엔을 했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우산을 쓰기도 안 쓰기도 거시기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밤 여덟시쯤에 숙소 근처를 둘러보며 식당을 물색했습니다. 면을 파는 집이 늘어선 곳에 이르니 불이 켜진 집이 몇 군데 없더군요. 문밖에서 기웃거리며 지나다 손님으로 보이는 여인 혼자 앉아 있는 식당으로 들어섰습니다. 물론 음식 사진으로 벽면을 가득 채운 걸 확인했지요. 이리저리 살피다 가장 매워 보이는 걸 가리켰더니 입구에서 면을 뽑던 주방장이 쏼라쏼라 하네요. 중국말은 못한다는 손짓을 하니 포기하곤 자리에 앉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주방 쪽에 대고 한마디 하더군요. 짜아지앙미엔! 어머나. 제가 주문한 음식이 짜장면이었습니다.
국물 한 사발이 먼저 나오고 짜장면 한 접시가 뒤따라 나왔습니다. 고추를 갈아 놓은 것으로 보이는 양념을 맛보니 매콤한 느낌이 있어 젓가락으로 듬뿍 퍼 넣고 비볐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땐 제일 매워 보였지만 고추 아가씨가 고추를 한 소쿠리 담고 지나간 것처럼 매운 느낌만 있더군요. 워낙 면을 좋아하는지라 맛있게 먹었답니다.
그렇게 첫사랑이 떠나간 것 같은 안개 낀 상하이의 하루가 갔습니다.
아침에 호텔을 나서니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비가 내리고 있네요. 첫사랑이 떠나고 난 이튿날 아침 같습니다.
오늘은 건강검진을 받기로 돼 있어 출근과 동시에 가방만 내려놓은 채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어제 파출소에 동행한 비서 주 아무개 양과 함께 병원으로 고고씽~~~
반도에서 취업비자를 받기 위해 지정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여기서 다시 받아야 하더군요. 여덟시에 출발했지만 비가 내려서 그런지 차가 막혔습니다. 아홉시 반이 돼서야 지정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서류를 접수하고 640원을 내니 가운으로 갈아입으라고 합니다. 상의를 완전히 탈의한 채로 말이죠. 비록 D라인이지만 상반신 알몸을 이국땅에서 처음으로 공개하고 말았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검진 과정은 반도에서 했을 때랑 같았습니다. 다만, 검진을 받으러 온 외국인이 많아 거의 두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피를 뽑아서 그런지 졸리고 허기가 지더군요. 반도로 출장을 갔다 온 경험이 있는 주 아무개 양이 감자탕을 먹으러 가잡니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요.
병원 근처에 한인타운이 있더군요. 한글 간판이 즐비한 거리에 점심을 먹으러 나온 아줌마들이 지나다닙디다. 닭갈비 간판이 걸린 집으로 들어갔더니 메밀국수부터 설렁탕까지 웬만한 한식은 다 있는 차림표를 주더군요. 망설임 없이 감자탕 작은 걸 시켰습니다. 주 비서와 기사 그리고 저랑 셋이 먹기에는 양이 많았습니다. 공기밥과 살점이 엄청 붙어 있는 커다란 뼈다귀를 인당 두 개씩 먹었습니다. 감자와 시래기도 알뜰히 먹으니 냄비 바닥이 보였습니다. 주 양은 시래기를 국자로 푸며 이것도 맛있다며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더군요. 저랑 감자탕을 가장 맛있게 먹은 처자를 대륙에서 만났답니다.
오후에는 주 양이 세관에 들러야 해서 물어물어 찾아갔습니다. 동방명주 바로 옆에 있더군요. 비는 그쳤지만 안개가 자욱해서 멀리서는 미처 보이지가 않았답니다. 세관 앞에 차를 대고 주 양은 세관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 어슬렁어슬렁 동방명주를 보러 갔습니다. 둥그런 육교가 있어 천천히 한 바퀴 돌며 동방명주랑 은행 건물을 구경했습니다. 밤에 봐야 멋있다는데 낮에 보니 아무개 연예인 생얼을 보는 느낌이었답니다.
회사로 돌아오니 네시가 넘었습니다. 노트북을 켜고 자리에 앉아 잠깐 있으니 퇴근시간이 됐습니다. 일찍이 칼퇴문화가 정착돼 있는지라 부랴부랴 다시 가방을 챙겨 숙소로 왔습니다. 감자탕으로 채운 배가 꺼지질 않아 저녁은 근처에서 천천히 먹겠다며 짜이찌엔을 했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우산을 쓰기도 안 쓰기도 거시기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밤 여덟시쯤에 숙소 근처를 둘러보며 식당을 물색했습니다. 면을 파는 집이 늘어선 곳에 이르니 불이 켜진 집이 몇 군데 없더군요. 문밖에서 기웃거리며 지나다 손님으로 보이는 여인 혼자 앉아 있는 식당으로 들어섰습니다. 물론 음식 사진으로 벽면을 가득 채운 걸 확인했지요. 이리저리 살피다 가장 매워 보이는 걸 가리켰더니 입구에서 면을 뽑던 주방장이 쏼라쏼라 하네요. 중국말은 못한다는 손짓을 하니 포기하곤 자리에 앉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주방 쪽에 대고 한마디 하더군요. 짜아지앙미엔! 어머나. 제가 주문한 음식이 짜장면이었습니다.
국물 한 사발이 먼저 나오고 짜장면 한 접시가 뒤따라 나왔습니다. 고추를 갈아 놓은 것으로 보이는 양념을 맛보니 매콤한 느낌이 있어 젓가락으로 듬뿍 퍼 넣고 비볐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땐 제일 매워 보였지만 고추 아가씨가 고추를 한 소쿠리 담고 지나간 것처럼 매운 느낌만 있더군요. 워낙 면을 좋아하는지라 맛있게 먹었답니다.
그렇게 첫사랑이 떠나간 것 같은 안개 낀 상하이의 하루가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