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도 아웃도어 패션이다

대륙에 와서 놀란 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물가가 생각보다 엄청 높더군요. 반도랑 차이가 거의 없는 거 같습니다. 시골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상하이나 광저우에 있는 쇼핑몰에서 가격표를 보고는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공산품 가격은 반도와 비슷하고, 아파트값도 서울이랑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어제는 숙소 바로 앞에 옷가지와 가방을 파는 이층으로 된 쇼핑몰에 들렀답니다. 조그만 남자 가죽 가방에 붙은 가격표를 보니 이십만원이 넘더군요. 원래 비싼 곳이라고 하데요. 물건은 쓸만해 보였지만 그 가격으론 누가 선물을 해준다고 해도 말리고 싶습니다. 농산물 빼고는 서울 물가를 뺨칠 정도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아파트도 반도에서 유행했던 투기붐이 일고 있다네요. 한쪽에선 계속 짓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나 봅니다. 일전에 상하이에 있을 때 일요일인데도 사람들이 북적대길래 슬쩍 들어가 구경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파트 청약을 하는 것 같더군요. 오일장터보다 더 시끌벅적하더군요.

또 하나 놀란 건 잠옷을 입고 외출하는 사람이 종종 보인다는 겁니다. 집 앞에 잠깐 나온 것이 아니라 볼일 보러 가는 길인데도 그렇습니다. 이른 아침이나 휴일엔 더 많고요. 어떻게 잠옷을 입고 외출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엔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어느 날 누워서 뒹글 거리다 퍼뜩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 이상하게 볼 것도 아니라는 걸. 반바지를 잠옷처럼 입고 소파에 쓰러져 자다 담배 사러 나가는 나랑 별반 차이가 없는 거죠. 나는 외출복을 잠옷으로 입은 거고, 그들은 잠옷을 외출복으로 입은 거니까요. 요즘은 예쁜 잠옷차림으로 길을 가는 이를 보면 어디서 샀을까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사람 사는 거, 다 비스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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