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이 있다

사랑이나 연민 혹은 동정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참 잘 지냈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

아주 가냘픈 애정을 품었던 인연으로 어쩌다 마주치며 파전집에 들르면 넷이 둘러앉아서 아주 가끔 잘 지내느냐며 눈빛을 건네고 싶은 사람이 있다. 같이 오란씨를 마시고 싶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드려요~ 그렇게 오란씨를 나눠 마시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가뭄에 만나는 단비 같다고, 그런 사람이라고 알아줬으면, 그런 맘이 전해졌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이런 맘은 숨기고 싶다. 오직 홀로 바라보며 티 안 내고 시나브로 미소 짓고 싶다. 참 고마웠다는 말은 너나 내가 마지막일 때 하고 싶다. 그때 깜짝 놀라며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다며 여행 가기 전 들뜬 얼굴처럼 아주 잠깐 기뻐하는 표정을 지어줬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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