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우리의 죄다
- 탄핵이 어떻게 될 거 같아?
- 니가 졌으니까 한우나 사
- 아니 궁금해서
- 탄핵하는 날이 언제인가를 두고 내기를 했는데 그게 왜 궁금하냐?
- 그래도
- 탄핵이 되든 말든 우리는 아무 영향이 없으니까 한우나 사.
- 궁금한데?
- 궁금하면 로또나 사. 이번 주는 당첨자가 많을 테니까 쉬고 담주에.
탄핵 결정을 언제 하는지 내기를 했다. 2월 25일 전후로 각자 택일을 했다. 탄핵 선고일이 결정되자 친구가 전화했다. 우린 탄핵이 인용된다는 암묵적 동의하에 내기했지만 기각이 될까 불안했다.
박근혜를 탄핵했다. 내기는 내가 이겼다. 이 기분은 이명박 때 느끼고 싶었다. 내가 이기든 친구가 지든 변한 건 없다.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아주 조금 체면이 섰을 뿐이다. 그뿐이다. 변한 건 없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이들을 위해 찌그러지자. 미안하고 죄스런 맘이 들면 로또 당첨금을 막 뿌리자. 뉴스타파,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어디에 거액을 기부할까 상상하며 일주일씩 버티자.
친구야, 우리는 살아갈 날 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다. 그것이 우리의 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