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와 시대

남한산성

  • 청병이 곧 들이닥친다는데, 너는 왜 강가에 있느냐?
  • 갈 곳이 없고, 갈 수도 없기로...
  • 여기서 부지할 수 있겠느냐?
  • 얼음낚시를 오래 해서 얼음길을 잘 아는지라...
  • 물고기를 잡아서 겨울을 나려느냐?
  • 청병이 오면 얼음 위로 길을 잡아 강을 건네주고 곡식이라도 얻어볼까 해서...
...이것이 백성인가, 이것이 백성이었던가...

김상헌은 뱃사공을 죽였다. 청병이 오면 얼음길을 인도하지 못하게 하려고 칼로 베었다. 뱃사공은 죽을 짓을 했나? 김상헌은 죽일 자격이 있나? 끼니를 때우려는 행동은 어디까지 용납이 될까?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한 시대가 백성을 탓할 수 있을까?

소설 《남한산성》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었다. 풀리지 않을 난제지만 지금은 끼니를 때우려는 뱃사공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최명길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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