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 만세
- 이 책을 모든 노견에게 바친다. 책에 등장한 개들은 모두 사진을 찍을 당시 최소 열 살 이상이었다. 그들이 아직 살아있는지 묻는다면, 대답은 이렇다. 그들은 모두 살아있다. 노견은 영원히 산다. (5)
- 개를 사랑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저 개에게 맡기면 그만이다. 그러면 버터 바르는 칼처럼 둔한 사람도 금세 개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러니 대량학살을 저지르는 미치광이도 사랑을 받지. 히틀러도 자신의 개를 사랑했고, 개도 히틀러를 사랑했다. (10)
- 나이든 개는 정서적·정신적으로 허약해지지만 인간에게 넘치는 감사와 끝없는 신뢰를 보인다. 기교를 부릴지 모르고, 새롭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즐거워한다. 무엇보다 평화롭다. 평화롭다는 게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평온, 또는 지혜라고도 할 수 있다. (11)
- 나이든 개들은 친구의 죽음을 슬퍼했다. 나는 개가 나이가 들면 죽음의 불가피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간의 경과, 즉 자신들이 노쇠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한다고 믿게 되었다. 그들은 지나간 것은 사라진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11)
- 전쟁이나 재해로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을 때 큰 연민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도 동물학대에 분노하고, 반려견의 죽음에는 슬픔을 가누지 못하기도 한다. 이를 이해할 수 없다거나 혐오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반려동물과 살아보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14)
- 주니어는 이 나라에서 가장 정직한 정치가예요. 말을 하지 않거든요. (52)
- 어느 날 밤, 허니파이와 앙숙인 고양이가 아픈 몸을 이끌고 허니파이의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허니파이는 누구도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 허니파이는 고양이가 밤새 자기 옆에서 자는 것을 허락했다. 그래 맞다. '혹시…'라는 생각대로 고양이는 다음 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허니파이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는 동물들에 대해 아는 게 이렇게 적다. (72)
- 사흘 동안 여행을 다녀왔는데, 돌아온 날,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왔는데 제퍼는 그냥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맞아 주지도 않더라고요. '어, 왔네'라며 쳐다보는 것 같았어요. 그때 우리 기분이 어땠는지 아세요? 우리가 제퍼 집에 얹혀사는구나. 딱 그 느낌이었어요. (86)
- "케이티는 구조되기 전에 학대를 당했어요. 현재 우리 집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그러니 절대 불행하지 않을 거예요. 케이티가 불행하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요?" 맞다. 그걸로 충분하다. (116)
- 제이크는 사진이 뭔지 모른다. 인간처럼 사진을 보며 달콤 쌉싸래한 추억에 잠기지도 않는다. 젊을 때에 비해서 늙더니 추레해졌다느니 하는 말도 듣지 않는다. 개는 늙어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니까. 제이크는 세월이 자비심 없이 자기 곁을 성큼성큼 스쳐 지나가는 것도 애석해하지 않는다. 개는 우리와 다르다. (142)
노견 만세Old Dogs: Are the Best Dogs, 2008/진 웨인가튼Gene Weingarten 글, 마이클 윌리엄슨Michael S. Williamson 사진/이보미 역/책공장더불어 20180225 148쪽 13,000원
얼마나 많은 개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긴 세월 동안 서로 사랑했을까? 이 책은 열 살이 넘었지만 '저마다 생애 최고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노견들'에 관한 짧은 글과 사진을 담은 에세이다.
지은이 진 웨인가튼은 자신이 죽으면 개들이 가장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워싱턴 의회 묘지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미리 남겼다. 묘비명은 '개를 사랑했던 유머 작가 진 웨인가튼', 묘비 모양은 소화전 모양으로.
노견은 영원히 산다. 지금은 반려인 시대다.
지은이 진 웨인가튼은 자신이 죽으면 개들이 가장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워싱턴 의회 묘지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미리 남겼다. 묘비명은 '개를 사랑했던 유머 작가 진 웨인가튼', 묘비 모양은 소화전 모양으로.
노견은 영원히 산다. 지금은 반려인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