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검찰

권력과 검찰
  • 어떤 사태가 생기면 첫번째는 여기서 막고, 두번째는 여기서 막는다는 대응 방안이 각 조직에 매뉴얼처럼 있잖아요. 법원 측에서 검찰은 상대하기가 버겁고 무서운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게, 하다하다 안 되면 마지막에는 총장을 잡아 먹는, 즉 총장을 내보내는 것까지 이 대응 방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거예요. (16)
  • 경찰이 저지른 일을 법적으로 뒤처리하는 역할, 정당화하는 역할이 이승만 시대의 가장 초라했던 검찰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22)
  •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안 문다" 법과 정의를 능동적으로 지키기보다는 수동적 역할에 머무르겠다는 거죠. '어떤 때는 하이에나 어떤 때는 개'라는 검찰 특유의 별명이 붙은 때가 김영삼정부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37)
  • "장관 20명과 검찰총장 한명을 안 바꾼다"라고요. 대통령이 되면서 검찰의 위상을 확 낮추려고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까 너무나 유용한 도구인 거예요. 그래서 노태우와 김영삼 정권 때 검찰의 위상과 역할이 점점 강화된 거죠. (39)
  • 검찰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데다 다른 경쟁자나 견제 장치도 없죠. 괴물이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을 가진 이런 조직을 성선설에 기초해서 바라보고 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던 거예요. (46)
  • 수사권을 본래 갖지 말아야 할 검찰이 수사를 굉장히 잘하는 것도, 검찰 출신 정치인들이 국회에 진출했다고 '검찰 큰일났다'면서 관심을 갖는 것도 비정상적인 거예요. 우리 사회의 문제를 검찰이 해결한다는 것. 그것 자체를 고쳐야 합니다. (67)
  • 1995년을 기점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현실적·노골적이 된 거예요. 윗사람한테 굴종하는 정도는 훨씬 강해지고요. 심지어 유죄, 무죄 두개를 써갖고 가서는 '부장님, 고르시죠' 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137)
  • 5·16 후에 정권은 검찰의 권한을 강화해주면서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유당 시절에는 정권 유지의 핵심기관이 경찰이었죠. 5·16 및 유신 이후에는 중앙정보부였고, 5공화국 때의 보안사, 6공화국 때의 안기부를 거쳐 문민정부 이후 검찰이 핵심으로 등극했지요. (171)
  • 검찰의 힘은 기소권보다 '기소를 하지 않는 권한'에서 나온다는 역설이 성립하는 이유다. 이렇듯 검찰은 기소권만 놓고도 많은 문제를 낳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마저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으니 막강할 수밖에 없다. (217)
  •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이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것은 군사독재를 벗어난 민주화 덕분이다. 법과 절차를 의식하지 않았던 날것의 물리력이 후퇴하고 민주화의 진행으로 법적 절차를 중시하게 되자 법적 권한을 앞세운 검찰의 힘이 안가부와 보안사를 능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218)

권력과 검찰/최강욱/창비 20170602 228쪽 15,000원

해방 후 검찰은 권력에 따라 경찰, 중정, 보안사, 안기부에 차례대로 치이며 정당하지 않은 일을 뒤처리하던 초라한 모습이었다. 민주화 이후 법과 절차를 중시하자 권력의 핵심이 됐다. 반은 개의 모습으로, 반은 하이에나로 변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과 경찰의 개혁 방향을 제시했지만 입법이 이뤄진 것은 없다. 유독 재벌과 검찰에 관한 개혁 법안은 국회 통과가 어렵단다. 적폐는 꼼꼼하고 뿌리가 깊다.

공수처 설치나 지방 검찰청장 직선제가 검찰 개혁의 최선은 아니겠지만,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저 괴물이 어떻게 변할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일을 잘할수록 검찰 개혁이 멀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아무튼 검찰개혁의 끝은 검찰총장을 검찰청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저자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지루하지 않은 '검찰, 알아야 바꾼다'라는 동영상 시리즈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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