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 우리는 소비능력이 있는 이들에게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라고 되풀이해 강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소비능력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일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들을 향해 노동윤리를 들이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30)
  • 우리는 알게 모르게 늘 일하는 자들만이 국가의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탈산업사회에서 일하는 자들만이 그런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건, 더는 '윤리'가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편견'이거나 악의적인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소비능력이 있는 자의 노동하지 않음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속내를 알지도 못하면서 소비능력이 없는 자의 노동하지 않음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48)
  • '노동윤리'의 강요 속에 노동자들은 이윤을 생산하기 위한, 자율적 노동이 아닌 강제적 노동 속으로 빠져버리고 맙니다. 노동윤리는 모든 사람이 일해야 한다고 말하고, 모든 사람이 일하는 세상에서 노동자들은 서로 경쟁의 굴레에 빠지게 되는 거죠. (73)
  •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게 만들기 위해 쓰였던 노동윤리는 앞서 설명했듯이 빈자들을 부도덕한 인간으로 내몰아 우리의 도움이 필요 없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악용되고 있는 겁니다. (74)
  • 로봇이 일해서 돈을 못 버는 것이 아닌 이상 세금을 내야만 하고, 로봇이 대체할 직업 때문에 일자리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이 세금을 써야 한다는 게 빌 게이츠의 입장인 겁니다. (81)
  • 기본소득에 자신이 일해서 얻은 소득을 더해 더 많은 총소득을 늘려라. '노동을 하지 말자'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따라 노동을 통해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들라는 거죠. 기본소득은 '노동을 하지 말자'는 것도, '노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시 말해 기본소득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노동해서 더 나은 삶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겁니다.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노동은 명백합니다. '자율적이 아닌, 자신의 선택에 배제된, 가용된' 노동입니다. (106)
  • 모든 이에게 필수품을 살 수 있는 돈을 주자. 하지만 그 대가로 노동을 강요하지는 말자. 노동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노동이 분배의 조건이 되면 안 된다는 거지요. (112)
  • 기본소득은 자산조사나 근로조건 부과 없이, 다시 말해 여러분이 재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노동할 의사가 있는지 묻지 않고 여러분이 속한 정치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개인 단위로 지급하는 소득입니다. (119)
  • 기본소득은 사람들을 노동시장으로 돌려보내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분배를 받을 대상을 선별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가 모든 개인에게 일차적 분배를 하는 거죠. 이런 점에서 기본소득은 본질상 최초분배라는 겁니다. 사실 많은 기본소득주의자가 오히려 복지국가에 반대합니다. 자산조사에 입각해서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를 선별해 제공하는 복지는, 국민을 주는 자와 받는 자로 분열시키고 주는 자는 박탈감을, 받는 자는 열등감을 느끼게 만든다고 보기 때문이죠. 특히 노동하지 않는 사람을 2류 시민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주의자들은 복지국가라는 발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126)
  • 기본소득의 혜택은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노동을 하지 않도록 해주고, 좀 더 의미 있는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때로는 노동을 쉬고 싶을 때는 쉬게 만들어줄 수도 있을 거라는 점입니다. (138)
  • 결론 삼아 분명히 정리하자면, 기본소득에 대한 만족이 노동할 유인을 죽인다는 건 일종의 허상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허상을 현실처럼 인식하곤 합니다. 그걸 우린 ‘이데올로기’라고 부르죠. 노동하는 자만이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이데올로기가 허상을 현실처럼 믿게 만드는 겁니다. 이런 허상이 미디어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건, 어쩌면 이 제도의 실질적 수혜자가 중산층 이상이 아닌, 미디어가 호응하고 보호해줄 필요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반대로 분노를 느끼는 층이 미디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산층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분배가 노동 밖으로 나가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40)
  • 상속은 노동이라는 전제를 완전히 벗어나 있는 사회적 제도입니다. 솔직히 상속만큼 철저하게 개인이 타고난 운에 의지하고 있는 제도도 없을 겁니다. (172)
  • 기초자본의 목표는 '한 정치공동체 혹은 국가에 속한 구성원들이 출발선상의 평등을 최소한이라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매달 소비할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 연령에 이른 구성원들에게 자기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목돈, 소위 종잣돈을 지급하는 거지요. (174)
  • 자유주의자는 자유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으면 그 자유는 오히려 부자유가 된다고 여깁니다. (...) 자유주의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자유의 본질은 '평등한 자유'입니다. (185)
  • 녹색당이 주장하는 기본소득과 정의당이 내세운 기초자본은 ‘소득과 부의 이전과 확산’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본질적인 측면에서 서로 어긋나지 않습니다. ‘노동에 대한 요구가 없다’는 점에서, ‘자유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주려 한다’는 점에서 이 두 제안은 사실상 같은 토대를 공유하고 있지요. 그런데 두 제안이 제시하는 삶의 비전 자체는 상당히 다릅니다. 우선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꾸준히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주자는 겁니다. 그래서 이 제안의 이름처럼 ‘소득’의 이전과 확산이 주요 목표인 거죠. 사실상 ‘지속 가능한 소비’가 목표인 겁니다. 반면 기초자본은 개인이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합니다. 특히 기초자본주의자들은 인생 초기에 나타난 불평등이 평생을 지속하기 때문에 출발점의 불평등을 완화해야 진짜 교정효과가 나타난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들은 그 누구라도, 단 한 차례라도 실질적으로 자기 인생을 설계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하는 거죠. 다시 말해 ‘인생설계 기회의 확산’이 목표인 겁니다. (229)
  • 내가 소유한 일정한 양의 재산이 나의 삶을 타자의 의지에 종속되지 않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유재산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자산평등국가'를 지향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체(政體)를 '재산소유 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242)
  • '복지'라는 말은 어떤 이는 여전히 많은 자원을 독점하고 있고, 어떤 이는 자원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이를 교정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부분복지를 거부하고 모든 이에게 최소한의 자원이 동등하게 '권리'로서 지급되는 사회를 원합니다. 더 나아가 누구도 자원을 과다하게 독점할 수 없도록 만들자고 말합니다. (243)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김만권/여문책 20181015 256쪽 16,500원

왜 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도 말라는 노동윤리를 강요할까? 타고난 운으로 상속을 받아 일하지 않으며 소비능력을 과시하는 이들에게는 왜 노동윤리를 강요하지 않을까? 노동윤리는 빈자들을 부도덕한 인간으로 만들어 도움이 필요 없는 존재로 만드기 위해 악용하는 것은 아닐까? 기본소득과 기초자본이 필요한 배경과 분배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기본소득과 기초자본이라는 상상력으로 21세기 분배의 신세계를 처음 개척하는 나라에 살고 싶습니다.

기본소득과 기초자본에 관심 있으면 일독을 권하고, 부정하면 두 번 정독하기를 강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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