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 1946
  • 칼은 물론 국화도 그림의 한 부분인 것이다. 일본인은 최고도로 공격적이자 비공격적이며, 군국주의적이자 또한 탐미적이며, 불손하면서도 예의바르고, 완고하면서도 적응성이 넘쳐 흐르며, 유순하면서도 귀찮게 시달리면 분개하며, 충실하면서도 불충실하며, 용감하면서도 겁장이이며,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즐겨 생활화한다. 그들은 자기 행동을 다른 사람이 자기의 잘못된 행동을 알지 못하게 될 때는 범죄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8)
  • 서양의 군대들이라면 최선의 노력을 다한 후에는, 중과부적이란 점을 알면 항복을 한다. 그들은 항복한 뒤에도 의연히 자기들을 명예있는 군인이라 생각하며, 그 명단은 그들의 살았음을 가족에게 알리기 위해 본국으로 통지된다. (...) 그렇지만 일본인은 이 경우 사태를 전혀 다르게 규정하고 있었다. 명예란 곧,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이었다. 절망적 상황에 몰렸을 때 일본군은 최후의 수류탄 하나로 자살하든가 무기없이 적 중에 돌격을 감행하여 집단적 자살을 하든가 그 둘 중의 하나이지 결코 항복하지는 않았다. (41)
  • 일본인의 영원불변의 목표는 명예이다. 타인에게 존경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한 요건이다. 이 목적을 위하여 쓰여지는 수단은 그때의 사정에 따라 취해지고 또 버려두는 도구들이다. 사태가 변하면 일본인은 태도를 바꾸어 새로운 진로를 향하여 걸어갈 수 있다. 일본인은 태도의 변경을 서구인처럼 도덕문제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166)
  • 일본인은 그들의 세계를 이런 식으로 보기 때문에 사리사욕이나 부정에 대해 반항하지만 결코 혁명가로는 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 세계의 조직을 파괴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일찍이 메이지시대에 행한 것 같이 제도 그 자체에는 조금도 비난을 퍼붓지 않으면서도 가장 철저한 변혁을 실현할 수가 있었다. (284)
  • 일본인은 어떤 일정한 행동방침을 취해 목표달성이 불가능해지면 '잘못'을 범했다고 판단한다. 그의 어떤 행동이 실패로 끝나면, 졌다고 주장하면서 물러간다. 그는 언제까지나 집요하게 패배했다는 주장을 고수하는 성질이 아니다. (287)
  • 일본인은 군국주의를 희미해진 한 줄기의 광명으로 여기고 있다. 그들은 군국주의가 과연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실패한 것인가를 알기 위해, 다른 나라의 동정을 주시하리라. 만약 실패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일본은 스스로의 호전적인 열정을 다시 불태워, 전쟁이 그들의 명예에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는가를 보이리라. 반면 다른 나라들에서도 그 군국주의가 실패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일본은 제국주의적 침략기도가 결코 명예에 이르는 길이 아니라는 교훈을, 얼마나 철저히 체득하였는가를 증명할 것이다. (297)

국화와 칼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 1946/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하재기 역/서원 19910115 301쪽 4,000원

일본인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유난히 약한 존재일까? 책의 말미는 의미심장하며 예언적이다.

"일본의 행동동기는 기회주의적이다. 일본은 만일 사정이 허락된다면, 평화로운 세계 속에서 자기 위치를 구축하리라. 그렇지 않게 되면, 무장된 진영으로서 조직된 세계 속에서 자기의 위치를 구축할 것이다."


덧1. 번역이 거칠다. 그때는 자연스러웠는지도 모른다.
덧2. 책은 1992년 정월에 여수시 교동에 있는 대양서림에서 샀다. 검색해보니 대양서림은 2015년에 폐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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