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행방

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행방
  • 자유민주주의가 아무리 절차와 실체의 양면에서 완성되더라도, 그것은 자본 계급이나 그 대변자(정치) 계급을 위한 것에 그친다. 따라서 보통사람인 우리 시민이 참 주인이 되는 진짜 민주주의를 위해선 자유민주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그 대안을 나는, 자연의 생명력이 살아 있는, 생동성 민주주의라 부른다. (8)
  • 어떤 경우에도 가장 핵심은 ‘영혼의 자유’를 지키는 일이다. 지배층에게 가장 유리한 것은 우리의 패배 자체보다 우리가 패배감과 피해 의식에 젖는 것이다. 패배 그 자체는 재기를 노리게 하지만, 패배의식은 재기의욕을 죽이기 때문이다. 절망하지 않는 것이 곧 희망의 근거다. 또 좋은 대통령이 나와 아무리 좋은 사회제도를 만들더라도 민중이 ‘영혼의 자유’를 상실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민주 정부가 와도 민주주의가 미완성인 까닭이다. 특히 자본에 장악당한 영혼의 자유를 되찾기, 바로 이게 핵심이다. (17)
  • 촛불 정부 이후에도 여전히 민주주의가 미완성인 까닭은 크게 두 가지 걸림돌로 설명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자유한국당으로 상징되는 반공 수구 기득권 집단 및 그 맹목적 추종 세력의 존재이며, 다른 편으로는 자본주의 상품 물신주의를 벗어나 그 너머를 상상하지 못하는 개혁 세력 내지 현실적 대안 세력의 한계다. 참된 경제 민주화, 나아가 참된 민주주의는 바로 이 모든 걸림돌을 넘어서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57)
  • 생산자들의 파업 투쟁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불매 운동 등 소비자 투쟁도 거세게 일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사회적 무책임으로 뭉친 악덕 기업을 퇴출하는 길이다. 즉 이것이 시민운동과 (노동 억압과 소외, 차별에 저항하는) 노동운동이 활기차게 연대할 수 있는 길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경제, 더 좋은 사회가 가능해지고 따라서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 (90)
  • 산업혁명 이래 '민주주의는 공장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통용된다. 정치적으로 아무리 민주화되더라도 공장 또는 회사 안에만 들어가면 민주주가 설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공장 또는 회사 안에서도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것이 이른바 '산업 민주주의' 또는 '경제 민주주의'라는 용어로 집약되었다. (92)
  • 정치경제, 사회문화, 교육 종교 등 분야마다 청산해야 할 적폐는 곳곳에 누적되어 있고, 보수 우익 세력은 물론 관료들의 저항은 생각보다 거세고 끈질기며, 촛불시민들의 기대와 요구는 예사롭지 않다. 그만큼 촛불정부의 시대적 사명은 엄중하다. 남북한 사이의 평화 교류 증진과 함께 곳곳에 쌓인 적폐들을 깨끗이 걷어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촛불시민들과 민주 정부가 호흡을 맞춰가며 민주주의 혁명을 완수하는 것이다. 그것은 상품, 화폐, 자본의 가치 범주 안에서 작동해온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을 인간 및 생명 가치 차원으로 혁파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그럼에도 민주주의여, 만세! (110)
  • '적폐 청산'이란 과제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지만, 무한 이윤을 위해 인간적 굴종을 강요하는 자본의 병든 관계를 청산하지 않는 한, 진정한 적폐 청산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상대적 박탈감'이나 '경제적 불평등을'을 넘어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결국 인간적 필요와 충분함의 미학을 온 삶의 과정에 녹여내는 진정한 '시스템 전환'만이 민주주의와 삶의 질을 고양할 것이다. (125)
  • 가슴 깊이 내면화한 물질적 이해관계를 털어내고 본연의 인간성을 회복함으로써 완전한 적폐 청산을 이뤄낼 때까지 마음의 촛불을 끌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나부터 먼저 민주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 해방을 위해서라도 나부터 먼저 온갖 두려움이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나부터 혁명’이 중요한 까닭이다. (156)
  • 과연 우리는 속물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속물주의는 마음의 습관이기도 하지만, 자본이 만든 제도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속물주의에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기보다 당당함을 느끼는 것도 이미 자본(돈벌이 논리)을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연성인 내면의 본성, 즉 영혼의 자유를 회복하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새 세상을 열려면 이 속물주의와 부단히 투쟁해야 한다. 알콩달콩 소중한 우리네 삶을 도둑맞지 않기 위해서다. (224)

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행방/강수돌/파람북 20190520 239쪽 14,000원

박노자 교수는 혁명을 '정확하게 권력과 부의 대이동, 그리고 권력 구조의 본격적인 재편성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래서 4·19와 5·18과 6·10은 의거나 운동 혹은 항쟁에 머물렀다.

촛불시위로 박근혜만 끌어내렸다. 숨죽였던 적폐 카르텔이 반동(反動)을 시작했고, 숨어있던 토착왜구는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협공한다. 촛불시위는 미완성이다. 촛불이 혁명이 되려면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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