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앞의 양은 뒤의 양이 미니까 뛰고, 뒤의 양은 앞의 양이 뛰니까 따라 뛰는 것이다. 그렇게 왜 뛰는지, 어디로 뛰는지 모르고 그저 서로 달리다가 절벽을 만나면 함께 죽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 이십대의 모습도 이 산양과 비슷하지 않을까? (8)
  • 이십대가 자기계발을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던 '그 사람들'이 되기 싫어서다. 이것이 자신을 자기통제적인 자기계발로 몰아붙이게 하고, 덩달아'시간관리'에 대한 신념은 더욱 강화되며, 이 신념은 타인을 평가하는 고정관념이 되어버린다. (84)
  • 지금의 이십대들이 수행하는 '학력의 위계화된 질서'에 관한 집착은 과거의 학력주의보다 훨씬 더 정교해졌고 자기내면화의 강도도 훨씬 높다. 이들에게 학력에 근거한 비교와 차별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이를 의문시 할 이유를 굳이 찾지 않는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그 결과, 티끌만큼의 의문도 없는 '학력위계주의'가 이십대들에게 내면화되고 있었다. (108)
  • 자기계발서는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자기계발서의 상당수가 '성공한 직장인'들의 입을 통해 미리 알아두면 좋을 '사회상식', 달리 말하면 사회적 '고정관념'들을 전달하기에 바쁘다. (120)
  • 지금의 이십대들은 유년시절부터 이미 남들을 밀어내고 안도감을 얻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왕따'라는 집단문화도 "자기가 낙오자가 될까 봐 불안한 나머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세우고 싶어"하는 개인들이 누군가를 멸시하는 대열에 동참함으로써 자신은 그 멸시받는 대열에 들지 않기 위한 안도의 행위였다. (176)
  • 출발선과 과정에서 공정했다고 그 결과의 공정성이 저절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마지막 결과된 모습까지 공정해야 그게 공정하 사회인 것이다. 진정한 공정성은, 예컨대 출발과 과정에서 공정을 기했음에도 평범한 노동자가 하루 8시간 열심히 일하고도 3인가족이 최소한의 생활을 꾸려갈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그 모자란 만큼을 채워놓는 데 있다. (227)
  • 사회는 출발과 과정의 공정성에서 차별을 받았던 사람들에게 '결과의 차별'을 통해서라도 충분히 보상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228)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오찬호/개마고원 20131206 240쪽 14,000원

KTX 여승무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나 사회적 최약자인 청소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동정은 하지만 동의는 하지 않는 이십대에 관한 자화상이다. 요즘 이십대는 "부당한 사회구조의 '피해자'지만, 동시에 '가해자'로서 그런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데 일조하는 존재"가 됐다. 조국 사퇴 대학생 연합집회는 하면서 열악한 휴게실에서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는 외면하는 배경을 알려준다.

부모가 가난하면 꿈도 가난해진다. 꿈도 대물림되는 시대를 만든 꼰대들이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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