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식당 종업원에게 팁을 주는 장면이 다반사로 보입니다. 시급과 팁을 받으면 짭짤할 것 같은데 생활은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2000년 전후 웨이트리스, 청소부, 판매원 등으로 위장 취업해서 워킹 푸어 계층의 현실을 책으로 쓴 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의 《노동의 배신 Nickel and Dimed》에 이렇게 나옵니다.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에 따르면 고용주는 식당 종업원처럼 '팁을 받는 피고용인'에게 시간당 2.13달러만 지급하면 된다. 하지만 2.13달러에 팁을 합한 금액이 최저 임금 미만이거나 시간당 5.15달러 미만일 때는 고용주가 그 차액을 채워 주어야 한다. (33쪽)
이렇게 받은 팁도 웨이터 보조나 접시닦이들과 나누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수입은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당 7.5달러 정도 됩니다. 그러니 테이블에 앉아 사람을 부려먹고 팁을 조금만 주는 경우에는 당연히 불평하게 됩니다. 팁이 곧 임금이기 때문이지요. 최저임금에 모자란다고 종업원이 고용주에게 차액을 요구하기도 어렵고요.
아예 계산서에 "팁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Gratuity not included)"라는 글귀를 써놓기도 합니다. 알아서 내놓으라는 말입니다. 고용주가 부담해야 할 노동자의 임금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지요. 유럽에서 건너온 팁 문화 뒤에는 저임금 노동과 사회 양극화를 고착화하는 부작용이 숨어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팁을 줘야 할까요? 반드시 줘야 합니다. 팁은 봉사료가 아니라 서비스 노동자의 임금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