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이제는 어쩌다 마주치는 구멍가게에서 '연륜과 감동'이 느껴집니다. 구멍가게 앞에는 나무가 한그루씩 서 있습니다. '오래된 가게일수록 커다란 나무를 볼 수(149)' 있습니다. 나무에는 구멍가게가 견디어 온 계절과 세월과 그리움이 있습니다. 나무가 클수록 구멍가게는 점점 작아졌습니다. 나무가 잘리며 구멍가게도 없어졌습니다.

평온하고 따뜻한, 수평을 지향하는 마음을 그림에 담는다. (...)
어떤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왜 작고 오래된 쇠락하는 가게 풍경을 그리느냐고, 인류의 가치관을 대변할 좀 더 근사하고 웅장한 상징물을 그리라고 한다. 기억의 향수에 머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더 높이 수직을 보라 한다. 그렇지만 왕조의 유물, 역사에 기록된 위대한 상징물보다 나를 더 강렬히 잡아끄는 것은 보통의 삶에 깃든 소소한 이야기다. 사람 냄새나고 매력 있게 다가온다.
수직에서 느껴지는 경쟁과 성공 지향의 이미지와 엄숙함, 숭고함이 나는 낯설다. 그저 동시대의 소박한 일상이나 사람과 희망에 의지하여 오늘도 작업에 임할 뿐이다. 정겨운 구멍가게, 엄마의 품, 반짇고리 같이 잊고 있던 소중한 마음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138)

작가가 이십여 년 동안 동네 구멍가게를 그린 이유입니다. ○○상회는 ○○수퍼(슈퍼)로 변했고, 지금은 편의점이 됐습니다. 동전 한 닢 들고 구멍가게로 달려가던 기쁨은 편하게 바뀐 편의점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펜 선의 기나긴 여정이 만들어 내는(109)' 그림을 보며 잃어버렸던 어릴 적 기억을 다시 찾았습니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미경/남해의봄날 20170210 208쪽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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