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가격
저 멀리서 한 남자가 걸어오는데 그 모습이 어딘가 이상하다. 팔을 머리 위로 휘휘 내저으며 계속 앞으로 걷는 모양을 보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한참을 그렇게 팔을 내저으며 이쪽으로 걸어오더니 탁 하고 자기 목을 친다. 아, 벌에 쏘일까봐 팔을 젓다가 결국 쏘인 거구나. 이제야 남자의 행동이 이해된다. 어쨌든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니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몰래 슬쩍 웃다가 고개를 돌리는데, 아차! 나도 벌에 쏘였다. (43)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피해자가 '하필 우연히 청년'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청년이기에 당한 일'이라는 생각을 미처 못했습니다. '가방 속에서 나온 컵라면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합니다.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한 정치인의 말이 상처를 주는 말인지 몰랐습니다.
여전히 나는 꼰대였습니다. '청년들더러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하려면, 실패해도 국가가 지켜준다는 말을 함께 하는 게 정상적인 국가 지도자의 자세'라는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의 말이 예리합니다. 반성합니다.
청춘의 가격/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사계절 20170310 244쪽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