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태어나 한 번도 대한민국을 떠나본 적이 없는 작가가 덜컥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습니다. '머리가 불러도 몸이 응답하지 않고, 몸이 불러도 머리가 대꾸하지 않는 상황(10)'이 와서 떠났습니다.

마살라 향 때문에 음식이 입에 맞질 않아 고생했습니다. 해발 4300미터 고도에서 독자에게 사인도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개 쏘롱라패스에 도착했지만 화장실이 없어 냅다 하산하는 다급함을 상상하며 웃었습니다. 히말라야 트레킹 하며 먹는 라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데 실패로 끝나 아쉬웠습니다.

공기가 좋지 않은 카트만두에서 매연으로 목이 칼칼한 걸 '흰 종이만 준다면 입김으로 붓글씨도 쓸 수 있을 것 같(29)'다거나, '미인이 만든 점심이라면, 국수 대신 구두끈을 삶아준다고 해도 맛있게 씹어 먹을 것(296)' 같다는 표현에 무릎을 탁 쳤습니다.

고상한 사색 끝에 커다란 깨달음을 얻는 여행기는 아닙니다. 하루하루가 단편소설 같은 여행기라 더 재미있습니다. 우듬지, 연봇돈, 간짓대라는 말도 모았습니다.

똥을 뿌리며 앞서가는 나귀가 부러울지 말지 히말라야로 떠나고 싶습니다.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정유정/은행나무 20140423 303쪽 14,000원


덧. 우듬지(나무의 꼭대기 줄기), 연봇돈(교회에 내는 헌금), 간짓대(긴 대로 만든 장대)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국어사전을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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