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정치인

Why Some Politicians Are More Dangerous Than Others, 2011
왜 보수가 집권하면 살인과 자살이 늘어나는가(6). 자살과 타살은 공화당이 백악관에 있을 때 늘어났고 민주당이 백악관에 있을 때 줄어들었으며 그 규모와 일관성은 우연의 탓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18). 1900년부터 2007년까지 108년 동안 순누적 폭력 치사는 공화당 정부 때가 민주당 정부 때보다 인구 10만 명당 38.2명 더 많았다. 같은 내용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두 정당이 집권했을 때의 사망률은 민주당 때가 공화당 때보다 38.2명 적었다. 오늘날 미국 인구 기준으로 나타내자면 이 수치는 민주당 정부 때 공화당 정부 때보다 폭력 치사로 죽는 사람이 약 11만 4,600명 적음을 뜻한다(47).

실업률과 실업 지속도가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모든 공화당 행정부 때 올라갔고 모든 민주당 행정부 때 내려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화당이 백악관을 떠났을 때는 공화당이 백악관에 들어왔을 때보다 실업률이 높았고 민주당이 백악관을 떠났을 때는 민주당이 백악관에 들어왔을 때보다 실업률이 낮았다. 1900년부터 2008년까지 모든 공화당 정부 집권기에 나타난 증가분을 모두 더하면 실업률의 누적 증가분은 27.3퍼센트다. 반면 민주당의 누적 감소분은 방향만 반대일 뿐 거의 똑같은 26.5퍼센트다(78). 1900년부터 2010년 10월까지 미국은 민주당이 나라를 다스렸을 때보다 공화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대략 3배 더 오래 불황을 겪었다. 민주당 때는 86개월이었고 공화당 때는 246개월이었는데 이런 차이가 우연히 생길 확률은 1만 분의 1도 안 된다(81).

범죄율과 폭력 발생률이 높아질수록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서로를 증오하도록 농락당하며 자기 주머니를 진짜 털어 가는 사람은 자신들 가운데 있는 비교적 소수인 무장 강도가 아니라 더 소수인 아주 잘사는 사람들과 그들을 대변하면서 돈을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손에서 최상류층의 손으로 옮기는 공화당 정치인임을 깨닫기 어려워진다. 가난한 사람은 총을 들고 강도질을 하지만 부자는 펜을 들고 강도질을 한다는 옛말이 딱 들어맞는다(104).

수치심의 윤리는 수치와 굴욕이, 다시 말해서 불명예와 치욕이 가장 큰 악덕이고 수치의 반대, 곧 자부심과 명예(존경)가 가장 큰 미덕으로 통하는 도덕 체계다. 최의식의 윤리는 죄가 가장 큰 악덕이고 죄의 반대, 곧 순결이 가장 큰 미덕으로 통하는 도덕 체계다. 두 가치 체계는 상극이다(132). 죄의식의 윤리로 살아가는 사람은 약자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경향이 강하고 수치심의 윤리에 젖은 사람은 강자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성향이 강하다. 이렇게 판이한 태도의 정치적 실례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내세운 대조적 기치에서 볼 수 있다. 루스벨트는 말했다. "진보의 성패는 많이 가진 사람의 풍요에 우리가 더 얹어주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너무 적게 가진 사람에게 우리가 충분히 베풀어주는가 여부에 달렸다." 반면에 레이건은 (공화당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미국을 보고 싶어 하는 당이다." 루스벨트는 가진 것이 너무 적은 약자와 자신을 동일시했고 불평등을 줄이려고 했으며 실제로 경제 정책과 정치 활동을 통해 그런 목표를 이루었다. 레이건은 아직도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강자를 챙겼고 불평등을 늘리는 쪽을 옹호했다고 볼 수 있다(133).

수치심을 연구한 심리학자 중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학자 반열에 들어가는 실반 톰킨스는 수치심은 우파 정치의 가치관과 이념을 움직이고 지배하는 핵심 정서이며 죄의식은 좌파 정치를 움직이는 핵심 정서라고 갈파했다(135).

공화당이 지배하는 지역에서는 공화당이 지배하는 시대와 마찬가지로 폭력이 늘어나고 민주당이 지배하는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지배하는 시대와 마찬가지로 폭력이 줄어든다(157). 공화당이 휘그당의 전철을 밟아 하루 아침에 공중분해되고 민주당의 '충성스런 반대 세력'이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서 온다면 미국은 어떻게 보일까? 미국도 서유럽 민주주의 국가들처럼 언젠가는 인간적이고 문명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221)

위험한 정치인Why Some Politicians Are More Dangerous Than Others, 2011/제임스 길리건James Gilligan/이희재 역/교양인 20150425 276쪽 13,000원

미국에서 1900년부터 2007년까지 폭력 치사(자살과 타살을 모두 아우르는 말) 발생률이 공화, 민주 두 당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알려준다. 보수가 집권하면 살인과 자살이 늘어났다. 보수는 경제에 강하고, 진보는 경제에 약하다는 평판은 사실이 아니었다. 공화당이 집권하면 실업률이 올라가고 불황이 길어졌다. 우파는 수치심으로 좌파는 죄의식으로 정치를 움직이고 있다. 유권자는 증거에 기반을 둔 정치를 누리라고 강조한다.

'유권자가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할 때 아주 드문 예외를 제외하고는 후보 개개인의 차이보다 후보를 낸 정당의 차이에 주목(217)'하라고 조언한다. 투표가 삶과 죽음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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