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거 범죄

无证之罪 2014
어떤 동기에 의한 것이든 범죄는 모두 부끄러운 일이라고 자네가 입버릇처럼 말했잖아. 하지만 난 여전히 그때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아.

중국 소설이라기에 읽었습니다. 무협지가 아니라 추리소설은 처음입니다. 소설을 읽다가 덮었는데 그다음이 궁금해서 뒤돌아서기 무섭게 다시 펼쳐서 읽게 되면 제게는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무증거 범죄》는 절반을 넘게 읽다가 다른 일을 하려고 덮었다가 뒷부분이 궁금해서 다시 펼쳐 내리읽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추리소설이라지만 앞부분을 조금만 읽다 보면 범인이 누군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연쇄살인을 저지른 동기가 궁금해서 읽었습니다. 주민등록을 하는 우리나라라면 주인공은 연쇄살인범이 되지도 않았고 소설은 쓰이지 않았을 겁니다. 중국이라는 대륙국가에서는 살인을 저지르고 계속해서 도망가면 잡을 수가 없죠. 주인공도 이를 알고 완전범죄를 계획하게 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밀실형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나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은 지금도 무척 좋아하는 추리소설이지만 연식이 쌓이며 취향이 변했는지 《무증거 범죄》도 하루가 지나기 전에 다 읽었습니다. 트릭이나 반전은 없지만 범인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어떤 동기에 의한 것이든 범죄는 모두 부끄러운 일일까요? 추리소설을 읽기 때문에 여름은 시작됩니다.

무증거 범죄无证之罪, 2014/쯔진천紫金陳/최정숙 역/한즈미디어 20190429 428쪽 14,800원


덧1. 또 다른 추리소설 《동트기 힘든 밤》은 중국의 거대한 부정부패 카르텔을 고발한다. "이 책이 너무 일찍, 혹은 너무 늦게 쓰였다면 결코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중국 독자의 리뷰가 의미심장하다.

덧2.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무증지죄〉는 소설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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