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드의 피아노

A Romance on Three Legs: Glenn Gould's Obsessive Quest for the Perfect Piano 2008
글렌 굴드는 1932년 토론토 동쪽 변두리, 나무가 우거진 평화로운 동네의 견실한 중간계급 가정에서 태어났다(19). 글렌은 세 살이 되어 글자를 읽기 전에 악보부터 읽었다(21). 그는 악보를 한 번 통독하면 바로 흠잡을 데 없이 연주할 수 있었다. 또 어떤 곡을 한 번 연주하면, 몇 년 뒤에도 음 하나 틀리지 않고 앉아서 다시 연주할 수 있었다(37).

굴렌 굴드가 바라던 모든 것을 마침내 악기로 구현해낸 사람은 거의 장님에 가까운 가난한 농장 소년이었다. 샤를 베른 에드퀴스트는 굴드가 태어나기 1년 전인 1931년 서스캐처원의 작은 농장 지대에서 태어났다(47). 열두 살의 글렌 굴드가 토론토 키와니스 음악 축제에서 바흐를 연주하여 처음으로 피아노 트로피를 탄 해인 1944년, 에드퀴스트는 온타리오 맹인학교 7학년에 입학해 피아노 조율을 배우기 시작했다(57).

모든 스타인웨이는 똑같은 식으로, 즉 같은 재료로 같은 노동자들이 같은 명세에 따라 만들지만, 공장에서 나오는 개별 피아노는 신비하게도 느낌과 소리가 다 달랐다(107). W 905는 1945년에 공장을 떠난 그랜드 피아노 10대 가운데 한 대로, 317194라는 일련번호를 부여받았다(109). CD 318로 알려진 8피트 11과 4분의 1인치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였다. 모든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마찬가지로 이 피아노도 고유의 일련번호가 있었으며, 그 번호는 317194였다(10).

이튼에서 CD 318은 오랫동안 귀염을 받는 아이였다. (...) 하지만 이 악기도 점차 세월과 남용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캐나다 전역으로 실려가 무더운 여름과 그 뒤에 이어지는 건조하고 추운 겨울을 수없이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그렇게 혹사당하고 나자 피아노는 피로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167). 1960년 6월 글렌 굴드가 CD 318을 발견했을 때 그 자리에 그와 함께 있었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173).

에드퀴스트가 CD 318을 처음 만난 것은 키커링을 둘러싼 드잡이가 벌어지고 나서 오래지 않았을 때였다. 굴드는 CBC 레코딩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 318을 조율하고 톤을 조정하기를 바랐다. 에드퀴스트가 이 악기는 전에 본 적도 없고 작업한 적도 없다며 놀라워하자, 굴드는 그것이 에드퀴스트가 이튼에 오기 전에 이튼 강당 구석으로 쫓겨나 있었다고 말해주었다(184). 에드퀴스트는 이 악기가 분명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186).

굴드가 생산해낸 많은 것-수백 곡을 연주한 90개 이상의 레코딩-이 CD 318로 이루어졌다(213). 같은 의자에 거의 20년을 앉았고 같은 피아노를 10년 동안 쳤다(246). 수리 시도가 실패로 끝났음에도 CD 318을 구입함으로써 이 피아노를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의 한 조각을 여전히 붙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255).

굴드의 〈골트베르크 변주곡〉 레코딩은 1956년 고전음악 레코딩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60년까지 4만 장이 팔려, 조지프 로디는 그해 『뉴요커』에서 이를 두고 "출판업계에 빗대어 말하자면 새로 나온 플로티노스의 『엔네아데스』가 가장 많이 팔리는 것만큼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 이 앨범은 나중에 180만 장 이상이 팔려 역사상 가장 많이 나간 고전음악 독주 앨범이 되었다(39).

굴드는 재기가 번뜩이는 괴짜 피아니스트로, 캐나다의 중요한 문화적 보물이었지만, 1982년에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7). 굴드가 죽고 나서 18개월이 지난 1984년 초 CD 318은 오타와 캐나다 국립도서관 중앙 계단통에 자리를 잡았고, 그 뒤 10년 동안 그곳에 놓여 있게 된다. 난쟁이 의자는 4층 엘리베이터 옆, 플렉시 유리 진열장 안으로 들어갔다(309).

굴드의 피아노A Romance on Three Legs, 2008/케이티 해프너Katie Hafner/정영목 역/글항아리 20160711 352쪽 18,000원

20세기 괴짜 천재였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와 피아노 조율사 샤를 베른 에드퀴스트 그리고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 CD 318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

책을 덮고 굴드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찾아서 들었다. 1955년과 1981년 연주한 곡은 피아노도 다르고 연주한 나이도 다른데 똑같이 들렸다. 그렇다. 나는 막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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