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Reuters |
코로나19에 걸렸거나 의도치 않게 퍼트리는 사람을 비난하지 말아야 합니다. 코로나는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도 않고, 걸려도 감기처럼 지나가 경각심이 낮아집니다. 사스나 메르스보다 치사율이 낮지만 이는 전파속도가 빨라 감염자가 빠르게 늘어나 치사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것뿐입니다. 코로나는 우리를 이간질하는 참 나쁜 전염병입니다.
코로나는 사악하지만 지구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손뼉을 칠지도 모릅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는 약 15도이지만, 1750년경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섭씨 1도 정도 더 따뜻해졌습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0% 이상 증가했고요. 최소 80만 년 지구 역사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상승 폭 2도는 온난화의 위험 수위로 여겨져 왔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번 세기말에는 3~5도 정도 상승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1
이미 상승한 약 1도의 영향으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더위가 심해지고 기상 이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연방공과대학의 에리히 피셔는 3년에 한 번 발생할 폭염이 오늘날 이미 5배나 증가했음을 밝혔고, 폭염이 1.5도로 상승하면 다시 두 배로, 여기서 0.5도 더 상승하면 또다시 두 배가 되리라 예상했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극심한 폭우 5건 가운데 1건은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를 지속해서 배출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2
《인류세》 저자인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는 이렇게 경고합니다. "우리는 지구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지구 시스템을 통제하려는 것(이를테면 행성 규모의 지구공학 기술을 통해)은 어리석은 시도다. 하지만 뒤로 물러나 모든 것을 혼란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고자 희망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우리가 지구 시스템에 초래한 혼란 중 일부는 현재 되돌릴 수 없으며, 그로 인한 영향은 수천 년간 지속될 것이다."3
코로나는 인간에게는 위협이지만 지구 입장에서 보면 반복되는 과정일 뿐입니다.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지만 끄떡없습니다. 대멸종마다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고, 시방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입니다.
- BBC, 기후변화란 무엇인가?
- 조천호, 전 지구 기온 상승 1.5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 클라이브 해밀턴, 《인류세》, 이상북스, 2018년, 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