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가장 오래된 나무는 3억 8500만 년 전에 자라난 양치식물 와티에자(Wattieza)로 알려졌다. 공룡보다 1억 4000만 년이나 먼저 등장했다. 약 39만 1000종으로 추정되는 관다발 식물 가운데 4분의 1 정도만 나무로 볼 수 있다.
은행나무(Maidenhair Tree)는 고릿적 모습을 2억 년이나 변함없이 간직한 채 살아남은 유일한 나무다. 살아 있는 화석이다. 수령이 최소 1000년 이상이고, 최대 높이는 35미터이다.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 중심지로부터 불과 1킬로미터 거리 내에 있던 최소 6그루의 은행나무가 되살아 나기도 했다.
무화과(Fig)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재배한 과일이다. 무화과나무 꽃은 과실 속에서 피어 눈에 띄지 않는다. 흙이 거의 없는 돌무더기에서도 잘 생존한다. 창세기에 금단의 과일은 먹은 아담과 이브가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았다고 한다. 유칼립투스(Tasmanian blue gum) 오일은 가연성이어서 떨어진 껍질이나 낙엽은 산불을 키우는 불쏘시개다 된다. 숲이 다 타고 불이 꺼지면 경쟁 수목은 대부분 제거되어도 그슬린 껍질 맡에 잠들어 있던 유칼립투스 싹은 다시 돋아나곤 한다.
아보카도(Avocado)는 선사시대 거대 동물의 먹거리였다. 올리브나무(Olive)는 최소 2만 년 전부터 재배했고, 투탕카멘의 3300년 된 석관에서 올리브 잎 화관이 발견됐다. 개암나무(Hazel)는 베어도 베어도 자꾸만 되살아나는 악착같은 나무다. 호두나무(English walnut)는 BC2000년 경 바빌론의 공중 정원에서 자랐다는 기록이 있다.
성숙한 대추야자나무(Date Palm) 1그루는 1년에 70~140킬로그램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대추야자를 생산할 수 있다. AD 73년 유대인들이 남긴 음식물에서 발견한 대추야자를 땅에 심었더니 싹이 텄다. 뽕나무(White mulberry)를 먹고 자란 누에고치 하나로 300미터의 실을 뽑을 수 있다. 동방 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바친 몰약나무(Myrrh)에서 뽑은 수액은 고대 이집트에서 동일 무게의 금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했다. 아몬드(Almond)는 투탕카멘의 무덤 속에서 발견이 되었고, 성경에도 자주 등장한다.
흑단(Ceylon ebony)은 세계에서 제일 비싼 목재여서 킬로그램 단위로 판매하고, 그다음이 백단향(Indian sandalwood)이다. 금단의 열매로 알려진 사과(Apple)는 아마도 인간이 맨 처음 재배하기 시작했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쓰인 사이프러스(Mediterranean cypress) 문짝은 1000년을 버텼다고 한다.
1502년 콜럼버스가 스페인에 들여온 카카오(Cacao) 콩으로 1847년 영국 프라이스 초콜릿 공장에서 우리가 먹는 최초의 초콜릿 바를 만들었다. 서양호랑가시나무(Holly)의 빨간 열매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흘린 피를, 뾰족한 잎은 예수가 죽기 전에 썼던 가시관을 상징한다. 와인 병의 마개로 알려진 코르크참나무(Cork oak)는 여러 용도로 쓰이는데 우주선의 열 보호 시스템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230년 된 거대 코르크참나무가 포르투갈에 있다.
겨울에 폭풍 성장해 크리스마스 무렵에 두 번째로 꽃을 피우는 글래스턴베리가시나무(Glastonbury thorn)는 가시투성이의 볼품없는 나무다. 그럼에도 2000년간 신화, 전설, 신앙의 주인공이 된 기적의 나무다. 세계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나무 가운데 하나인 케이폭(Kapok Tree)은 마야인이 신성시한 나무로 어린 가지와 몸통에는 가시가 나 있다. 중남미 국기에 등장하는데 도망쳐온 노예들의 자유를 상징한다. 하와이 섬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우정의 상징으로 걸어주는 화환은 캔들넛나무(Candlenut Tree)로 만드는데 하와이의 상징이다.
이국 해안의 낭만적인 상징인 코코야자(Coconut palm)는 바다에 둥둥 뜬 재 먼 거리를 이동하다가 육지에 닿으면 뿌리를 내린다. 말레시아인들은 1000가지 용도를 지닌 나무라고 부른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커피나무(Coffee)는 활력을 주는 열매라는 소문으로 널리 퍼졌다. 곤충들도 인간처럼 카페인에 중독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고, 국제 식물 무역에서 원유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경제적 가치가 있다.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로부르참나무(English oak)는 대영제국의 전함을 만들 목재를 제공했다. 25~40살 무렵에 첫 도토리를 맺는다. 참나무는 자라는 데 300년, 사는 데 300년, 죽는 데 30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캐나다는 국기에 등장하는 사탕단풍(Sugar maple)으로 전 세계에 공급하는 메이플 시럽의 70%를 생산한다. 2001년 야구 선수 베리 본즈는 배트를 단풍나무로 바꾸고 그해 홈런을 73개나 쳤다.
캄페스트레단풍(Field maple)으로 스트라디바리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을 만들었다. 어떤 바이올린보다 우수한 이유는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다. 최고급 가구를 만드는 마호가니(Mahogany)는 멕시코 최남단에서 남쪽으로 열대 남아메리카에 이르는 지역이 원산이지만 무자비하게 파괴되었고, 지금은 농장에서 재배하는 비율이 높다.
시트카가문비(Sitka spruce)는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비행기의 소재로 쓰인 나무로 세상에서 세 번째로 키가 큰 구과 식물이다. 바나나(Banana)는 선사 시대에 쌀보다 먼저 재배되었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바나나는 1836년에 자메이카의 한 농장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되기 전까지 채소처럼 익혀 먹는 음식이었다.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라 사실상 거대한 풀이다.
가시침엽수(Horse chestnut)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를 피해 밀실에 숨어 살았던 안네 프랑크가 가장 좋아한 나무다. 암스테르담의 운하 주변에 있는 '안네 프랑크의 나무'는 우여곡절 끝에 2010년 사망을 선고받았지만, 다행히 나무에서 채취한 종자가 7포기의 묘목으로 자라 홀로코스트 추모 센터에 식재되었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테러 후 발견된 콩배나무(Callery pear) 그루터기는 다른 곳으로 옮겨져 건강을 회복한 다음 이식을 거쳐 되살아 나면서 '생존의 나무'라는 별명을 얻었다.
100가지 나무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기억하고 싶은 나무들을 짜집기했다. 신화, 전설, 성서, 고문서, 신앙, 영화, 나라, 향신료, 전쟁, 순례, 탐험, 역사, 착취, 의료, 무역 등등 오랜 세월을 나무와 함께한 인간들의 이야기다. 좌우로 나란히 세밀화와 나무 이야기가 있어 보기에 좋다.
오래된 나무를 제거하고 새로운 세대의 나무와 풀이 자랄 수 있도록 새로운 모판을 만들 자격이 인간에게는 없다. 나무는 우리의 삶을 바꿨지만, 우리는 나무의 삶을 없애고 있다.
나무 이야기The Story of Trees, 2020/케빈 홉스, 데이비드 웨스트/티보 에렘 그림/김효정 역/한즈미디어 20200629 224쪽 22,000원
은행나무(Maidenhair Tree)는 고릿적 모습을 2억 년이나 변함없이 간직한 채 살아남은 유일한 나무다. 살아 있는 화석이다. 수령이 최소 1000년 이상이고, 최대 높이는 35미터이다.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 중심지로부터 불과 1킬로미터 거리 내에 있던 최소 6그루의 은행나무가 되살아 나기도 했다.
무화과(Fig)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재배한 과일이다. 무화과나무 꽃은 과실 속에서 피어 눈에 띄지 않는다. 흙이 거의 없는 돌무더기에서도 잘 생존한다. 창세기에 금단의 과일은 먹은 아담과 이브가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았다고 한다. 유칼립투스(Tasmanian blue gum) 오일은 가연성이어서 떨어진 껍질이나 낙엽은 산불을 키우는 불쏘시개다 된다. 숲이 다 타고 불이 꺼지면 경쟁 수목은 대부분 제거되어도 그슬린 껍질 맡에 잠들어 있던 유칼립투스 싹은 다시 돋아나곤 한다.
아보카도(Avocado)는 선사시대 거대 동물의 먹거리였다. 올리브나무(Olive)는 최소 2만 년 전부터 재배했고, 투탕카멘의 3300년 된 석관에서 올리브 잎 화관이 발견됐다. 개암나무(Hazel)는 베어도 베어도 자꾸만 되살아나는 악착같은 나무다. 호두나무(English walnut)는 BC2000년 경 바빌론의 공중 정원에서 자랐다는 기록이 있다.
성숙한 대추야자나무(Date Palm) 1그루는 1년에 70~140킬로그램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대추야자를 생산할 수 있다. AD 73년 유대인들이 남긴 음식물에서 발견한 대추야자를 땅에 심었더니 싹이 텄다. 뽕나무(White mulberry)를 먹고 자란 누에고치 하나로 300미터의 실을 뽑을 수 있다. 동방 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바친 몰약나무(Myrrh)에서 뽑은 수액은 고대 이집트에서 동일 무게의 금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했다. 아몬드(Almond)는 투탕카멘의 무덤 속에서 발견이 되었고, 성경에도 자주 등장한다.
흑단(Ceylon ebony)은 세계에서 제일 비싼 목재여서 킬로그램 단위로 판매하고, 그다음이 백단향(Indian sandalwood)이다. 금단의 열매로 알려진 사과(Apple)는 아마도 인간이 맨 처음 재배하기 시작했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쓰인 사이프러스(Mediterranean cypress) 문짝은 1000년을 버텼다고 한다.
1502년 콜럼버스가 스페인에 들여온 카카오(Cacao) 콩으로 1847년 영국 프라이스 초콜릿 공장에서 우리가 먹는 최초의 초콜릿 바를 만들었다. 서양호랑가시나무(Holly)의 빨간 열매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흘린 피를, 뾰족한 잎은 예수가 죽기 전에 썼던 가시관을 상징한다. 와인 병의 마개로 알려진 코르크참나무(Cork oak)는 여러 용도로 쓰이는데 우주선의 열 보호 시스템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230년 된 거대 코르크참나무가 포르투갈에 있다.
겨울에 폭풍 성장해 크리스마스 무렵에 두 번째로 꽃을 피우는 글래스턴베리가시나무(Glastonbury thorn)는 가시투성이의 볼품없는 나무다. 그럼에도 2000년간 신화, 전설, 신앙의 주인공이 된 기적의 나무다. 세계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나무 가운데 하나인 케이폭(Kapok Tree)은 마야인이 신성시한 나무로 어린 가지와 몸통에는 가시가 나 있다. 중남미 국기에 등장하는데 도망쳐온 노예들의 자유를 상징한다. 하와이 섬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우정의 상징으로 걸어주는 화환은 캔들넛나무(Candlenut Tree)로 만드는데 하와이의 상징이다.
이국 해안의 낭만적인 상징인 코코야자(Coconut palm)는 바다에 둥둥 뜬 재 먼 거리를 이동하다가 육지에 닿으면 뿌리를 내린다. 말레시아인들은 1000가지 용도를 지닌 나무라고 부른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커피나무(Coffee)는 활력을 주는 열매라는 소문으로 널리 퍼졌다. 곤충들도 인간처럼 카페인에 중독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고, 국제 식물 무역에서 원유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경제적 가치가 있다.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로부르참나무(English oak)는 대영제국의 전함을 만들 목재를 제공했다. 25~40살 무렵에 첫 도토리를 맺는다. 참나무는 자라는 데 300년, 사는 데 300년, 죽는 데 30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캐나다는 국기에 등장하는 사탕단풍(Sugar maple)으로 전 세계에 공급하는 메이플 시럽의 70%를 생산한다. 2001년 야구 선수 베리 본즈는 배트를 단풍나무로 바꾸고 그해 홈런을 73개나 쳤다.
캄페스트레단풍(Field maple)으로 스트라디바리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을 만들었다. 어떤 바이올린보다 우수한 이유는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다. 최고급 가구를 만드는 마호가니(Mahogany)는 멕시코 최남단에서 남쪽으로 열대 남아메리카에 이르는 지역이 원산이지만 무자비하게 파괴되었고, 지금은 농장에서 재배하는 비율이 높다.
시트카가문비(Sitka spruce)는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비행기의 소재로 쓰인 나무로 세상에서 세 번째로 키가 큰 구과 식물이다. 바나나(Banana)는 선사 시대에 쌀보다 먼저 재배되었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바나나는 1836년에 자메이카의 한 농장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되기 전까지 채소처럼 익혀 먹는 음식이었다.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라 사실상 거대한 풀이다.
가시침엽수(Horse chestnut)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를 피해 밀실에 숨어 살았던 안네 프랑크가 가장 좋아한 나무다. 암스테르담의 운하 주변에 있는 '안네 프랑크의 나무'는 우여곡절 끝에 2010년 사망을 선고받았지만, 다행히 나무에서 채취한 종자가 7포기의 묘목으로 자라 홀로코스트 추모 센터에 식재되었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테러 후 발견된 콩배나무(Callery pear) 그루터기는 다른 곳으로 옮겨져 건강을 회복한 다음 이식을 거쳐 되살아 나면서 '생존의 나무'라는 별명을 얻었다.
100가지 나무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기억하고 싶은 나무들을 짜집기했다. 신화, 전설, 성서, 고문서, 신앙, 영화, 나라, 향신료, 전쟁, 순례, 탐험, 역사, 착취, 의료, 무역 등등 오랜 세월을 나무와 함께한 인간들의 이야기다. 좌우로 나란히 세밀화와 나무 이야기가 있어 보기에 좋다.
오래된 나무를 제거하고 새로운 세대의 나무와 풀이 자랄 수 있도록 새로운 모판을 만들 자격이 인간에게는 없다. 나무는 우리의 삶을 바꿨지만, 우리는 나무의 삶을 없애고 있다.
나무 이야기The Story of Trees, 2020/케빈 홉스, 데이비드 웨스트/티보 에렘 그림/김효정 역/한즈미디어 20200629 224쪽 2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