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 정체성은 항상 '당사자'와 넓은 환경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산물이요 구조이다. 형식적으로 하나의 정체성은 꽉 차거나 텅 빌 수 있고, 개방적이거나 패쇄적일 수도 있고, 안정되거나 불안할 수도 있다. 정체성의 내용은 한 집단이 공유하는 견해와 이데올로기, 전문 용어로 '특정 문화의 더 큰 서사'에서 나온 규범과 가치가 다소간 연관된 전체이다. 이 전체가 결정적으로 변화할 경우 이에 바탕을 둔 정체성 역시 변화할 것이다. (44)
- 삶을 힘들게 하는 온갖 구질구질한 규정들 탓에 우리는 윤리의 원래 의미를 놓치고 있다. 정확히 말해 규범과 가치는 자신의 신체 및 타인의 신체를 대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하기에 우리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로 보아야 한다. (49)
- 진화가 곧 진보라는 가설의 주요 논리는 우리가 누리는 삶의 질이 우리 조상들과 비교할 때 개선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논리가 무엇보다도 기술 진보만을 고려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 진화는 근본적으로 진보가 아니며, 적자(적자생존)는 성공과 동의어가 아니다. (71)
- 적자생존이라는 말은 흔히 다윈이 처음 쓴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윈의 진화론을 상당히 좋은 말로 바꾸어 사회에 적용한 당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말이다. 진보로 이해된 진화는 우연히 변화에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우연에만 목을 맬 이유는 없다. (...) 이로써 진화 사상에서 중요한 측면이 보강된다. 우리가 변화를 조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주로 올바른 방향으로 말이다. 이것이 19세기 말에 등장한 이데올로기, 사회진화론의 의미와 목표다. (...) 다윈이 말한 적자는 "가장 환경에 잘 적응한" 자였다. 그런데 스펜서를 거치면서 "가장 성공한", "가장 강한" 자로 의미가 변했다. (73)
- 사회진화론의 최신 버전인 신자유주의는 자연 대신 '시장'을 보존하려고 한다. (89)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Identiteit: und ich, 2012/파울 페르하에허Paul Verhaeghe/장혜경 역/반비 20151123 288쪽 17,000원
역사상 가장 잘 살지만 가장 기분이 나쁜 '우리가 오늘날 경험하는 것들은 새로운 규범과 가치로 새로운 정체성을 빚어내는 새로운 사회 모델의 결과(118)'인 '엔론 사회'이다. 엔론 사회는 이기적인 쪽이 승리를 거두고, 경제체제는 우리의 가장 나쁜 측면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빚으로 산 우울한 향락이다(119)'.
신자유주의 시대를 극복할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악의 평범함이 현실이라면 선한 영향력이 미래를 위한 대안입니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극복할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악의 평범함이 현실이라면 선한 영향력이 미래를 위한 대안입니다.
덧. 오탈자
- 44쪽 3행 패쇄적일 수도 → 폐쇄적일 수도